Intro

널 제일 잘 아는 내가 너에게

by sej

엊그제부터 오늘까지 얼마나 지치고 힘들었니. 그런 상황이 연속돼서 일어나는 와중에도, 이제는 중심을 잡으려고 하는 네 모습이 얼마나 대단하고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른다. 중심을 잡았는지 잘 지나갔는지보다, 네가 그런 마음을 품었다는 게 새삼 어색하고 대단하게 느껴져.

학교는 너에게 어떤 곳이니. 이젠 가고 싶은 곳은 아닐 테니. 그토록 원했던 때는 금세 잊고 지금은 많이 지쳐있구나. 지친 건 잘못이 아니다. 난 종강만 바라보고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가는 그 흔한 대학생이 되길 바랬지.

어떤 후회가 남아? 요즘 마음 한편에 계속 걸리는 게 있나 본데. 동기들에게 잘해주지 못해서? 너무 학업에 소홀히 해서? 학교 생활을 좀 더 열심히 할걸, 등교할 때 택시 좀 덜 탈걸.. 뭐 그런 후회가 있니? 지음아, 너의 인생이 늘 그랬듯 아쉬움은 크게 남고 넌 기쁨의 순간을 누리지 못하지. 그치만 지음아, 난 네가 대학 생활 2년을 마친 것을 축하해주고 싶다. 너에게 2년은 다른 사람과 달랐지. 다시 사람들과 섞여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인사하는 법을 배우는 2년이 아니었니. 그래서 지금, 네가 그걸 배운 것처럼 보여. 그걸로 사실 목표를 확실히 이뤘다고 본다.


오늘 버스 타러 가는 길에 저 멀리 하늘을 보니 구름이 예쁘더라. 거리에 모든 사람들은 하늘이 저리 예쁜 줄도 모르고 어딘가로 가고 있던데, 사실 오늘은 하늘이 참 예쁜 날이었어. 그러다 문득, 너의 어렸을 적 생각이 나 잠시 멈춰 섰단다. 사실 오늘도 정말 예쁜 하룬데 말이야. 정말 바라왔던 그런 하루인데 말이야. 근데 너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우고 어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표정이야. 뭐가 널 괴롭히니? 사실 내가 널 괴롭히는 걸지도 모른다. 네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많은 잔소리를 했지. 여기저기 잔소리를 적어두고 여기저기 내 멋대로 목표들을 세워두었지. 사실 삶이 값진 건 그저 하늘이 예쁜 그런 것인데 말이야.

그래도 너의 소망이 꺼지지 않기를 바란다. 네가 얘기했던 것처럼, 영화 주인공처럼 살고 싶다는 그 말처럼, 너의 인생에는 언제나 웃음과 재미와 행복이 함께 있길 바란다. 가슴이 초조하기보단 웃음 한 번으로 모든 걸 바람에 훌훌 보내주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하나의 희소식, 네가 꽤나 가까워지고 있다는 거야. 제법 그런 사람처럼 보이더군. 너는 생각보다 멋진 사람이란다.


요즘 들어 거울을 잘 보지 않는 너에게 말한다. 너의 내면을 수시로 들여다보렴. 너의 얼굴도 자주 들여다보렴. 너의 안부를 묻고 하루 일과를 나누렴. 한탄하고 웃고 찔러보렴. 영화 주인공 같이.


이제 시작이다. 모든 걸 잊고, 22살의 앨범을 덮고, 빈 손으로 시작하는 가벼운 걸음으로.

너에게 새로운 시작은 항상 설렜잖아. 새로운 교실 앞에 멈춰있던 그 설렘으로.



2024.12.12. 목요일 저녁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너를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