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아직 하루가 남았으니까
출국전날,
은행에 가서 라운지 출입 가능한 체크카드를 만들고 준비물 체크리스트 한번 더 점검하면서 짐가방을 조금씩 닫아가는 나름의 차분하지만 분주한 일정 속에 미리 배웅을 오는 손님들이 있었다.
아이의 큰 이모, 작은 이모가 작은 쇼핑백 하나씩 들고 왔다. 큰 이모는 생리통이나 배 아플 때 쓸 전자핫팩, 이미 받아서 쓰고 있는 아이템인데 새 상품으로 챙겨 왔다. 둘째 이모는 한약감기약부터 커피믹스 등(물론 커피를 안 마셔서 다시 가져가긴 했지만) 필요할 것 같은 소소한 것들을 주섬주섬 가져와서 아이의 반응을 살피며 승낙받은 아이템만 내려놓는다. 큰 이모가 아이에게 "크던 작던, 엄마나 아빠한테 혹시나 말 못 할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이모한테 연락해. 이모는 항상 네 편이니까." 아마도 언니는 이 말을 꼭 직접 얼굴 보면서 진심으로 전해주고 싶어서 찾아온 듯했다. 아이 넷을 키우느라 조카 상황까지 챙길 여유가 절대 없어 보이지만 언니는 역시 언니였고 장녀였다. 아이는 그 말의 무게를 얼마나 받아들였을지 그냥 스쳐 지나는 배웅인사였다고 생각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안다. 그 말이 얼마나 단단한 마음의 동아줄인지. 너무 고마웠지만 우리는 쿨하게 웃어넘겼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아이만 잠깐 밖으로 내보내라는 동네 아이친구 엄마였다. 슬쩍 뒤따라 나가보니 아이친구 엄마들이 잘 다녀오라고 아이에게 가서 너무 잘할 거라 믿는다고, 잘 다녀오라고 응원을 양껏 심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건네준 봉투에는 빳빳한 파운드 현금이 용돈으로 들어있었다. 아이를 세워두고 우리 넷이서 수다가 펼쳐지고 있길래 결국 아이를 들여보내고 잠깐 수다 떨다가 동네 산책 오다 들른 콘셉트 그대로 웃으며 사라졌다. 학부모로 시작되었지만 동네 친구가 된 그녀들과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10년간 지켜봐 왔기래 어느 누구보다 서로를 서로의 아이를 잘 알고 있기에 그녀들의 서프라이즈 응원은 너무나 감사했다.
저녁을 치우고 학원 간 둘째를 데리러 나서는데 문자가 왔다. 10시쯤 잠깐 들러도 되냐고. 아이에게 줄 과일과 케이크를 들고 온 친구네와 와인을 꺼내서 초도 불면서 출국 전야제 파티(?)를 했다. 덕분에 조금 가라앉을 수 있었던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너는 좋겠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서 사랑받고 있어서"
"다 엄마가 사람들한테 잘한 덕분이지"
"나중에 성공하면 네가 받은 사랑 잊지 말고 꼭 갚아라"
"네!"
부디 이 사랑의 씨앗들이 아이의 마음에 좋은 결실로 성장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