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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밍 Apr 09. 2024

4월 9일

별 다른 이유 없이.





거의 2년여 만인 거 같다.

떠나는 버스를 얻어 타려고가 아닌,

가려는 지하철을 붙잡으려고 가 아닌

별다른 이유 없이 달려본 일은.


조금 시원한 운동복을 입고

조금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조금 돌아가는 길 위에 출발.


오랜만에 달리는 만큼 숨이 빠르게 차올라

중간중간 멈춰 걷고 다시 뛰고 멈추고

몇 번을 반복했는지 세기도 벅차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달리며

머릿결사이로 스미는 바람이

벌어진 입으로 내뱉는 숨이

별다른 이유 없이 나를 비워내서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지만

이유를 잊어버리고 싶은 날들 또한 있다.

그런 날이 종종 올 때면 달려야겠다

별다른 이유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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