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정도 남은 시험에도 걱정보단 막연함이 앞선다.
그 막연함도 뭐랄까, 번지수를 잘못 찾은 우편처럼 하지만 다시 반송해야 할 주소는 알 수 없는 것처럼.
지금 느껴서는 안 될 거지만 그렇다고 언젠간 느껴야 하는 것도 아닌. 오히려 언제라도 느끼지 않아야 했던 것이라.
다시 반송할 곳을 모르겠다.
어디로 보내야 하나, 무턱대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 보자 했던 연초의 자신감 있던 내게로 보내야 하나.
아니면 붙었는지 떨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험이나 끝내고 보자는 철없는 미래의 내게로 보내야 하나.
시험에 붙는다면, 이 새로운 물결로 유영할 것인가 글쎄.
시험에 떨어진다면, 이전의 물결로 돌아갈 것인가 글쎄.
아니면 다시 새로운 물결을 유영하기 위해 준비할 것인가 글쎄.
글쎄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다른 말은 생각이 나지도 않는
글쎄. 막연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