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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밍 Apr 15. 2024

4월 15일

메마른 우울은.





오히려 하나도 젖지 않는 기분이다, 비가 오는 날의 우울함은.

밖에서 몇 걸음 걷지 않았음에도 신발 속 양말이 축축해지고
우산을 쓰고 있음에도 오른쪽 어깨가 젖어가는 무거운 비가 내리는 날에
오히려 마음은 하나도 젖지 않는다 야속하게도.

무거운 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스며들어 덩달아 무거워지고
먹구름이 물러가면 젖은 수건을 쥐어짜 털어내야 하는 물기도 없이
짙은 가뭄이 든 듯 갈라진 틈 사이로 버석 해진 숨만 오르락내리락
먹구름이 물러가고 볕이 나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이.

무거운 빗방울이 스며들지 않고 모두 튕겨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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