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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밍 May 29. 2024

아이스크림

충동적인 끌림은 다디달아서 계획적입니다.




아이스크림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며칠 전에 2~3인분의 양이 담겨있는 아이스크림 한통을 혼자 먹고, 바로 어제는 저녁을 먹자마자 집 앞 패스트푸드점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갔지만 말입니다.


이런 모순이 어디 있나 싶으시겠지만,

대다수의 여성분들과 같이 한 달에 일정 기간을 호르몬의 계략대로 몸이 움직이다 보면 거뜬히 가능한 일이 됩니다.

평소에는 맛있겠다,라고 생각만 하고도 충분히 넘어갔던 아이스크림 매대를 어느 날은 아이스크림 두어 개를 꺼내 집어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충동 때문이죠.


충동, 말 그대로 예고 없이 마음을 치고 가는 무언가입니다.

미리  예방할 수 없이 그대로 풀썩 넘어가버릴 수밖에 없는.

그렇게 충동이 한 차례 마음을 치고 가고 나면 냉동실 한 칸을 가득 채운 아이스크림은 여전히 꽝꽝 얼려있지만 제 마음은 이미 녹아 흘러졌달까요. 

아, 이번에도 어김없이 졌구나.

그러곤 더는 아이스크림에 손을 대지 못하고 그렇습니다.








그렇게 멍하니 아이스크림을 바라보다 문득 웃긴 생각이 지나갔습니다.

충동을 계획해 보자는, 그런 무계획적인 충동이 말이죠.

어차피 매번 치고 지나가는 충동, 넘어질 마음이라면 조금 더 계획적으로 즐겨라도 보자는 마음이랄까요.

다디단 아이스크림은 더욱 다디달게 먹을 수 있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닐까 하는 당에 가득 취한 충동적인 계획.


다음 달에도 어김없이 다디단 충동이 찾아올 때면, 그때는 아이스크림에 바삭한 초코 그래놀라 토핑을 가득 추가해서 먹어야지. 그다음 날에는 입안이 상큼해지도록 복숭아나 오렌지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주고.

이런 다디단 계획을 앞둔 충동은 평소와 다르게 기다려지고 즐거운 기분일 것만 같습니다.

충동에 무너졌구나 라는 마음보단 충동이 계획을 따라주었구나 하는 마음이랄까요.


오늘은 집으로 들어가기 전 부드러운 우유맛이 진한 소프트콘을 하나 먹을 계획입니다.

눈을 뜬 아침부터 느껴진 충동에서 비롯된 계획이죠.

집에서 보내는 남은 하루가 다디달 계획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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