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그렇게 뜨겁지도 않았다.
한창 하루 종일 신나 있는 강아지처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어릴 때 햇빛에 탄 얼굴이 지금도 여전히 까무잡잡하게 남아있는 게 은근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 쉬는 일은 손에 꼽는 일이었다. 선크림을 꼬박꼬박 바르는 게 생각보다 손에 익지 않는 일이기도 했고.
오늘은 오랜만에 신은 등산화가 조금 딱딱했는지 운동 겸 산책로를 따라 쭈욱 걷다 보니 발목이 조금 시큰거리는 느낌에 벤치에 잠시 앉았다.
원래는 반환점 돌듯이 숨 한번 고르기만 하고 지나가던 곳에 멍하니 앉아있다 보니 머리 위로 해가 올라서기 시작했다.
모자를 쓰긴 했지만 더워지겠구나 세수만 하고 나온 거라 선크림도 바르지 않았는데, 금방 일어나야겠다 싶었는데 쉬는 시간으로 마음을 놓은 다리는 일어나기를 거부했다.
모르겠다, 여기서 더 타면 타는 거지.라는 생각으로 자세를 고쳐 잡고 편히 등을 기대앉아 쉬면서 고개를 올려다보는데.
생각보다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하고 포근했달까.
걸어오며 얼굴에 맞은 찬 공기 덕분인지 개운하게 샤워하고 덮은 이불 같은 느낌이 들어 저절로 좋다,라는 말이 나왔다.
햇볕을 쬐면서 좋다고 말한 적이 언제였나, 매번 인상 쓰기 바빴는데.
그렇게 5분, 10분, 15분쯤 지났을까, 이제는 나른해질 때도 된 거 같은데 오히려 충전된 느낌으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어선 다리가 가벼웠다. 사람은 햇빛을 봐야 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따스한 기운을 얻어 시린 순간을 이겨낼 때 조금 덜 시리라고.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머리 위에 올라선 햇빛이 다정했다, 따스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