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깊은 거 같아요 우울이 깊은 거 같아요?
거의 엄마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 와 맞먹는 난이도의 질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사실 나는 확연하게 엄마가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오늘 의사 선생님이 내게 건넨 질문에는 그렇게 확연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네 번째 방문, 그러니까 얼추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오늘은.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구나 싶고 그 빠른 시간을 따라잡지 못하는 나의 차도가 아쉽기도 하고. 첫 번째 방문 이후 내가 의사 선생님에게 확연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밤에 잠들어있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과 낮에 잠들고 싶은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 이 정도랄까.
약기운으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고 조금 상태를 바꿔보고자 매주 다른 약을 처방해 주셨지만 정도와 빈도수의 차이일 뿐 확연하게 달라지진 않았다 아쉽게도.
그래도 조금씩 밤에 잠들어있는 시간이 늘어남은 내게 작지만 만족감을 가져다줬다, 뜬눈으로 지새우는 새벽은 불안과 우울이 둘 다 심해보다 깊어지니까.
취침 전 먹는 약에서 아침과 취침 전, 끝내 아침과 점심 그리고 취침 전 약으로 늘어났음에도 그게 다음 주 내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는 모르니까,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자 한다. 여전히 자다가 새벽에 문득문득 깨고 다시 잠들기 시간이 좀 걸리는데 이번에 그게 줄어들 수도 있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나는 고민하다 불안으로 대답을 건넸다.
찰나지만 그 고민을 하면서 괜찮았던 숨이 다시 갑갑해져 오는 게 느껴지는 걸 보니 불안하구나, 싶은 마음에. 혹시 내가 나를 잘못 알아서, 알고 보니 우울이 더 깊어서 그런 거였다면, 이번 주 약에는 차도가 없겠지. 그러면 다음 주엔 다시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불안이 아니라 우울이었나 보다고.
불안이었든, 우울이었든. 뭐든 알아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지금까지의 한 달도 몇 달이 될지 모르는 앞날도.
확연하게 대답할 수 있는 날은 오겠지, 하며 오늘도 바뀐 약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