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일

하고 싶은 일이 있는 하루는.

by 제밍




눈은 떴지만 움직이기 싫은 새벽이었다, 다시 잠들기도 싫고 일어나기도 싫고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이런 답도 없는 새벽은 회사를 그만두기 전엔 자주 찾아왔었는데 어쩌겠나, 출근을 해야 하는 걸. 하는 현실이 나를 억지로라도 일으켜 침대에서 벗어났었는데.

지금은 억지로 나를 일으킬 무언가가 없다. 게다가 약속도 없는 주말이고.

그렇게 이대로 내 속눈썹 하나하나가 천장에 붙어버리는 건 아닌지, 내 손가락 마디마디가 침대 매트리스 안으로 숨어버리는 건 아닌지 되지도 않는 걱정을 하며 멍하니 한 시간 넘게 있었을까. 평소 아침을 먹는 시간이 지나서 배도 고프긴 한데 일어나고 싶지도 않은데 뭘 입에 넣고 싶을 리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요 근래 자주 가지 못했던 산책길에 있는 카페하나가 생각이 났다. 그 카페가 생각이 떠 오름과 동시에 귀찮음도 같이 떠올라 스멀스멀 나의 발목을 붙잡았지만 다행스럽게도 붙잡히지 않았다.

대충 세수만 하고 마스크와 패딩을 챙겨 나왔다, 뒤돌다 책상에 놓인 책도 하나 들고.

아직 겨울은 지나가지 않았다고 말해주듯 아침 공기는 차가웠지만 오히려 좋았다.


오랜만에 찾은 카페는 이른 시간이라 한산했다.

걸어오다 보니 열이 올라 시원한 차 한잔을 주문하곤 자리에 앉아 책을 꺼내 들었다.

그 책은 특히 좋아하는 산문집이다, 퇴근하고 나면 더 이상 어떤 글자라도 읽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여유롭게 읽어본 적 없이 미련으로 책상에 항상 놓여있던.

옷을 챙겨 나오는 방에서 나오는 길에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건 오늘이야말로 여유롭게 그 책을 읽어야 할 때라고 알려준 것이 아닐까 싶다.


20분 정도밖에 읽지 못했다.

갑자기 일어나서 바깥으로 나와서 그런 건지, 아침을 먹고 챙겨 먹어야 하는 약을 먹지 못해서인지 숨이 금방 가쁘고 답답해져서 주문한 시원한 차도 반잔정도밖에 마시지 못했다. 그럼에도 만족스러운 아침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렇게 집으로 돌아가면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조금 늦은 아침과 약을 챙겨 먹고 다시 마저 여유롭게 책을 마저 읽어야지 하는 오늘 하고 싶은 일이 생겼으니 말이다.


비록 집으로 돌아가 아침을 건너뛰고 점심을 먹어도 여유롭게 책을 다 읽지 못해도 괜찮은 하루일 거란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 하루는 하고 싶은 일을 다 하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게 살아지니까. 나는 다행스럽게도 오늘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그러므로 나는 남은 오늘도 잘 살아갈 것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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