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일

피곤함의 정도는 어떤 문장으로.

by 제밍





피곤함을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번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다 보면 의사 선생님이 빼놓지 않고 하시는 질문 중에 하나가 얼마나 피곤하세요?이다. 처음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는 겨우 눈만 뜨고 있을 정도로 피곤한 몸 상태였어서 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는데,
어느 정도 약을 먹고 조금씩 피곤함이 사라지고는 있는데, 그렇다고 피곤하지 않은 건 아니니.
의사 선생님이 나의 피곤함을 측정하고 약을 처방해 주시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정확하게 표현하기엔 입속의 혀가 갈팡질팡 정신이 없다.

물속에 잠겨있는 상태로 말씀드려 볼까.
물속에 잠겨있지만 얼굴을 내밀고 허우적거릴 수는 있어요,라든지.
물속에 잠겨 가라앉고 있지만 허우적거릴 힘이 없어요,라든지.
물속에 가라앉고 있는 걸 알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상관없어요,라든지.

오늘도 어찌어찌 혀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 진료를 마치고 약을 처방받았다.
명절 연휴가 있어서였는지 약속이 많아서였는지 지난주는 전보다 많이 피곤하고 숨이 답답해서, 마치 물속에 잠겨 가라앉고 있지만 허우적거릴 힘이 없듯이,
편안하게 잠이라도 잘 수 있도록 취침 전 약이 조금 늘었다.
이번 약이 내게 불안과 우울로부터 오는 피곤을 조금 덜어줄다면, 다음 진료에는 의사 선생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해 보고 싶다.
물속에 잠겨있지만 끝내 일어서고 싶은 마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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