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다부진 마음이 흐무러져서.

by 제밍





이젠 완벽하게 두 시간을 채우기가 힘들다.
잠에 취해 늘어지는 게 싫어 아침을 먹고 스터디 카페로 출석하는 다부진 마음가짐과 다르게 한 시간이 넘어가면 급격하게 펜을 잡은 손이 느려진다.
두 시간, 내가 다니는 스터디 카페에서 가장 최소 시간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간인데 그 최소의 시간도 버겁다.
오늘도 한 시간 십 분쯤 지났을까, 배터리가 떨어진 장난감이 팔을 못 들듯 펜을 드는 데 한세월이 걸리는 느낌.
마음이 해이해져서 그런가 싶어 카메라를 켜놓고 공부하는 모습을 촬영하는데도 그렇다.
문득 하루 종일 독서실에 열 시간이 넘도록 책을 펴놓고 앉아있던 학생 때의 나날들이 새삼 신기했다.
물론 앉아있는 모든 시간 동안 펜을 열심히 쥐고 공부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책을 펴고 공부하려는 마음가짐은 열 시간 그대로였던 거 같은데 말이다.


물렁함 그자체다. 이제는 다부졌던 마음가짐도 두 시간을 버티기 어려워졌나 보다. 이래서 조금이라도 어릴 때 공부를 하라고 하는 말이 있는 건가, 괜히 헛웃음도 나고.
글 작업을 하는 일은 몇 시간을 해도 손가락에 힘이 빠지진 않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것만 고집할 정도로 흐물하게 나이를 먹었나 싶기도 하다.
퇴사한 회사에서 보낸 5년 정도의 시간 동안 책을 펴고 펜을 들어 공부했던 시간은 그 시간의 반의반의 반도 안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공부할 자세를 잡는 게 흐물거리던 몸이 적응을 못할만한 것도 당연하다.
결국 억지로 펜을 쥐어들고 적어 내려 가다 결국엔 이십 분을 남겨놓고 스터디 카페에서 퇴실했다.
삼십 분을 남기고 퇴실한 그저께보단 십분 더 버텼으니 나름 발전하고 있나 싶은 생각과 함께.
내일은 오늘보다 십분 더 책을 펼치고 공부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흐물거리는 마음이 좀 더 단단해져서 다부진 마음가짐이 조금 더 오래 버티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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