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재미없던 일에 재미를 발견한 이후는.

by 제밍





게임이라곤 컴퓨터 게임이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마법사가 소행성을 날리며 공격하는 판타지 게임이나 캐릭터가 죽자고 달리는 게임에 순식간에 지나가는 하루가 아깝지 않을 만큼. 그만큼 키보드와 마우스에 착 붙어있는 손가락이 자연스러워서 그 손가락으로 클릭이 아닌 직접 카드라던지 게임말을 잡는 게 그렇게 어색했었다.

그 이상하고 어색한 느낌 때문이었을까, 보드게임은 재미없다고 멀리하기 수차례.


그러다 언제였을까, 뭐 하고 놀까 고민하던 친구들과 우르르 보드게임장에 갔었는데 사실 별로 기대는 안 하고 따라갔던 것 같다. 여전히 재미없겠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같이 놀기로 한 거니까 따라가야지 싶은 마음으로.

그리고 그날부터였다, 친구들과 만나면 순리처럼 보드카페에 가게 된 날이. 그것도 오늘은 어떤 게임을 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손가락에 착 붙는 마우스와 고막을 때리는 클릭소리와는 다른 재미가 있었다 보드게임은.

손가락에 닿는 카드의 재질, 심장 박동소리에 딱딱 맞는 게임 말 놓는 소리와 즐거워 점점 커지는 웃음소리 등등.

모니터 너머에서 넘어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닿아옴에 즐거움이 직접적이었다.

분명히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제와 재미를 느낀 게 억울할 정도로 재미가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취향이 바뀌는 건 당연한 거라지만 당연해도 신기한 건 신기한 거라.

오늘도 신나게 게임을 하고 돌아가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내게 보드게임 같은 존재가 있다면 무엇일까 하는. 보드게임같이 이제야 재미를 발견할 무언가가 있다면 얼마나 남아있을지.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구나 하면서. 그런 설레는 일이 많이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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