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색칠을 못한다, 꾸준하게도.
그럼에도 여전히 색칠은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하게도.
학교 다닐 때 미술시간에도 항상 스케치까지는 점수를 잘 받다가도 마지막 색칠 단계만 가면 항상 점수가 떨어졌다.
주로 삐죽 튀어나온 붓질에 색칠이 깔끔하지 못해서 그랬는데, 점수를 높게 받으려 아무리 손에 힘을 주고 해도 깔끔하게 색칠하긴 어려웠다.
워낙에 손을 떠는 버릇이, 이상하게 연필 잡을 땐 괜찮다가 붓만 잡으면 더 심해져서 그런 것도 있지만.
줄 없는 연습장을 사서 한가득 그림을 그리고 놀 때도 아빠는 가만히 지켜보시다가 내가 색연필만 들면 한 마디씩 거드셨다. 조금 더 예쁘게 칠해보라고, 하지만 그게 내 맘대로 돼야 말이지 싶었다.
그렇게 객관적으로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주변에서도 혀를 차는데도 색칠이 하기 싫지 않았다, 그냥 여전히 재밌었다.
여전히 깔끔하지는 못하고 선을 삐져나오더라도 컬러링북을 사서 색을 채워가는 일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몰두하기 좋았고, 명화를 따라 물감으로 색칠하는 일은 마치 내가 화가라도 된듯한 기분에 액자 위를 스치는 붓 소리가 경쾌하니 듣기 좋았다.
이 모습을 보면 흥미는 있는데 적성은 없는, 안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시간 낭비기도 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 시간에 다른 취미를 하는 게 효율적일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걸 어쩌겠는가,
심지어 못하는 걸 알면서도 재밌는걸.
정말 심심풀이로, 나만의 재미를 가진다는 게 이런 걸까 생각하면 조금 편하지 않나 싶다. 본디 취미는 효율을 따질수록 재미가 옅어지니까 그대로 두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래서 오랜만에 한창 색칠을 했다.
여전히 못하지만, 여전히 재미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