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

무언가를 줄이면, 무언가로 채우고.

by 제밍





숨을 좀 더 편하게 쉬기 위한 약을 먹은 이후부턴 카페인을 줄이려 애를 쓰고 있는 편이다.
아무래도 매일매일 약을 복용하기도 하고 언제 숨이 가빠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나는 안정적인 상태라는 걸 되뇌기에는 디카페인이 좋을듯해서.
졸려서 잠을 깨려고 커피를 마시는 것도 있지만 커피 향과 맛을 좋아해서 마시는 편이라 하루에 세 잔씩도 먹기도 했었던 터라, 아예 커피 자체를 끊기는 너무 힘들기도 하고.
한 잔이 나와도 반 잔만 마시듯, 천천히 줄여가기로 맘을 먹었다.

그런데 작은 문제가 집 근처 자주 가던 카페에는 디카페인 커피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문제라 허둥지둥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디카페인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가 있었다. 자주 가던 카페와 집에서의 거리 차이도 별로 나지 않은 곳인데 왜 이곳을 몰랐을까, 싶은 의아함을 안고 찾아가 커피를 주문했다.
물론 자주 가던 카페와 커피 향과 맛은 다르지만 이곳 또한 향긋한 커피 향과 맛이 맘에 들었다, 게다가 디카페인이기도 하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분명 내가 사는 동네임에도 낯선 간판들이 몇몇 눈에 들어왔다. 더불어 고양이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작은 골목 또한.
정해진 루틴처럼 항상 가던 곳으로만 지나다니다 관심을 줄 생각도 못 한 것들에 이제야 관심이 들어선 것이다.
카페인을 줄여야겠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아직까지도 몰랐을지도 모르고.

균형이 이렇게 맞춰지는 걸까 싶다, 항상 얻어 가던 무언가를 줄이면 다른 무언가를 찾아 채워지도록.
손쉽게 마시던 커피를 줄이고 몰랐던 새로운 카페에서 얻은 디카페인 커피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하루의 습관으로 새겨진 순간이 불안함으로 휘청이지 않도록 말이다.

비가 내리는 오늘도 디카페인 커피를 사러 그 카페를 찾아갔다. 비가 와서 그런가 오늘은 작은 골목에 고양이들을 보이지 않았고, 카페엔 평소보단 오순도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촉촉한 공기에 커피 향이 더 진하게 퍼지는 기분이 든다. 디카페인이지만 카페인이 더 충만한 기분.
오늘도 한 잔을 다 마시진 못하겠지만 보다 만족스러운 반 잔의 커피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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