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그런 날, 그렇지 않은 날.

by 제밍






늦은 밤 초침 소리가 철썩인다.
평소엔 닫힌 문을 넘어 바닷바람처럼 넘어오는 티브이 소리에 전혀 들리지 않았었는데. 어젯밤은 오히려 티브이 소리는 아득하게 문 앞에서 부서져 내 귀로 닿아오지 않았다.
그저 작은 아날로그시계에 초침 소리만이 내 귀에서 쉼 없이 부서졌다.

갑자기 초침 소리가 왜 이렇게 크게 들려올까.
초침이 달리며 잘근잘근 나의 밤을 밟고 지나갔지만, 그저 궁금했다. 방문 너머 티브이 소리가 초침 소리보다 훨씬 큰데 그 소리는 왜 초침 소리에 묻히는 걸까.
나는 지금 바다에 가라앉아있듯, 시계 속에 가라앉아 있는 걸까. 속절없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아등바등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을 깨달으라고 이렇게 깊어가는 밤 나는 초침 소리에 잠겼나 보다.

헤엄쳐 올라왔으면 더 이상 초침 소리가 귀에서 부서지지 않고 평소처럼 티브이 소리가 닿아왔을 텐데.
어제의 나는 계속 잠겨있었다, 귀에서 초침 소리가 부서지는 상태로. 시간이 속절없이 지나감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고,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을 아등바등 시침과 분침에 쪼개 넣는 일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어제는 조금 힘에 부쳤나 보다. 그래서 헤엄쳐 올라오지 못하고 시계의 바다에 가라앉아있었나 보다.

그래, 그런 날도 있지. 그런 바다도 있고.
해가 떠오른 아침이 돼서야 시계의 바다에서 올라온 나는 지난밤에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앞으로도 초침 소리가 철썩이는 밤은 또 올지도 모른다, 평소처럼 그렇지 않은 밤 또한 있을 테고.
시간에 허우적대는 날은 그럴 수밖에 없는 날일지도 모른다. 시간을 바다와 같아서 내가 원할 때 철썩이는 것이 아니니까.
그냥 그 바다가 너무 빠르게 철썩이는구나 싶은 날도, 여유롭게 철썩이는구나 싶은 날도 모두 다 내가 보기 나름이라. 그저 어제의 나는 평소보다 조금 피곤했을 뿐이다. 그런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keyword
이전 19화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