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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 숲 Apr 19. 2020

이립의 나이, 서른

내가 온전히 바로 설 때 주변도 나를 중심으로 변한다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가 '이립'을 맞이하여 직장 근처로 독립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전에 친구와 나는 경기도와 서울을 넘나드는 먼 거리를 통학하며 독립에 대한 꿈을 자주 이야기했었다. 그렇기에 서른을 맞이하여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는 친구의 소식을 들었을 때 나의 일처럼 뿌듯했다.  



공자는 서른의 나이를 '이립'이라고 일컬었다. 이립은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30세가 되어 학문의 기초를 확립한 자신의 체험에 바탕을 둔 공자의 말이다. 서른 즈음이 되면 더 이상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몸도 마음도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나이가 든다고 모두가 좋은 어른이 되는 건 아니지만, 세월이 흐르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아직 좋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것 같다.



스무 살의 나는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컸고 친구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로망도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독립된 공간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대학교를 왕복 네 시간씩 통학을 할 때는 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힘들었다. 좁은 빌라에서 살 때는 번듯한 아파트에서 살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고 싫었다. 그런 마음이 이어져 주어진 환경을 탓하고 원망하며 참 비겁하고 못난 마음으로 살았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물질적인 여유가 없어서 힘든 것도 있었겠지만, 그로 인해 불안해진 마음이 불행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께 잘해드리고 싶지만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학생이었고, 비싼 집 값을 알고 나니 내가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야 되돌아보니 나에게 주어진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고통을 이겨낼 힘이 나에게 없다는 좌절이 나를 더 힘들게 만든 것 같다.



어느덧 우리 집은 가족들이 힘을 합쳐 숲과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아파트에 살면서 얼마 동안은 마치 여행을 온 것처럼 좋았지만 물질로 채워진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좋은 집에 살면 아무 걱정 없이 즐겁기만 할 줄 알았는데, 삶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인생의 과제로 빼곡했다. 그리고 점점 더 좋은 도시의 비싼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집 근처에 있는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더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



그토록 바라던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는데도 계속 끝도 없이 무언가를 바라는 나를 보며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은 나의 마음에 따라 결정된다. 물론 주변 환경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분명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더 나아가 그에 따라 삶의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이립, 내가 온전히 바로 설 때 환경도 나를 중심으로 변하게 된다. 서른이라는 숫자에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지만, 이립이 가진 좋은 뜻은 받아들이고 싶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기대고 무언가를 해주길 바라기보다는 꿋꿋하게 스스로 설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삶에 대한 자신감과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꼭 안고 앞으로의 시간을 더 열심히 걸어야겠다. 그러다 보면 내가 중심이 되어 삶을 사는, 내가 가진 것을 사람들에게 베푸는 좋은 어른이 되어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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