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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 숲 Apr 24. 2020

편하고 익숙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그 생각이 반대가 되면 인생을 역주행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평범한 어느 날 오후 집 근처 자주 가던 단골 카페에 들렀다. 오늘도 어김없이 햇볕이 잘 들고 창 밖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항상 비슷한 시간에 와서 익숙한 채광이 느껴졌고 커피를 가는 반가운 소리가 나를 맞이했다. 이 날 카페에는 50대로 보이는 어머님들께서 모여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인생의 중반을 지나는 시기에 따스한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어머님들 중 한 분의 전화벨이 울렸고, 그분은 당황하듯 횡설수설하다가 전화를 끊으셨다. "아니, 어떻게 영희 씨가 우리끼리 모인 거 알았나 봐. 어떻게 알았지?" 나는 주문한 음료를 받으며 좋아하던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옮겼다. 대화의 주제가 재밌어졌다는 듯이 웃음소리는 늘어났고 목소리는 더 커졌다.



어머님들께는 죄송하지만 마음속으로 어른답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사정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우리가 바라는 좋은 어른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관계에서 어떤 그룹에 속하려는 마음이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연세가 많이 드신 분들에게도 여전히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았다.



교복을 입고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는 시기에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다. 자연스럽게 친해진 친구와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 됐을 텐데, 이상하게도 더 많은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항상 내 곁에서 든든하게 있어주는 친구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나와 먼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싶어서 친절하게 대했다. 억지로 맞춰진 퍼즐은 어긋나기 마련이고 그 관계는 곧 조각난 채로 끝났다. 그때 나는 참 어리석은 아이였다. 그때 나이는 어렸지만 어렴풋이 느낀 것 같다. 지금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 세상에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길 바라는 그 생각이 불행의 시작점이 된다. 인간관계는 내 삶에서 인연을 맺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베풀며 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애써 인연을 이어갈 필요가 없다. 그러기엔 이미 우리는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세상을 살고 있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할 행복할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하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바보처럼 속앓이를 하고 있을 어린 시절의 나를 찾아가서 더 이상 그럴 필요 없다고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싶은 날이었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 학생 때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가끔은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역주행'을 조심해야지 라고 생각한다. 편하고 익숙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 생각이 반대가 되면 인생을 역주행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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