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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 숲 May 02. 2020

그리울 서른의 봄을 보내며

피고 지는 꽃처럼 내 인생도 한걸음 성숙해졌으리라




반가웠던 봄은 인사도 없이 가고 당황한 틈 사이로 후덥지근한 여름이 곧장 찾아왔다. 무엇이든 잃어야만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는 마음은 계절의 순환이 반복될 때마다 여전하다. 아직도 곁에 머물고 있는 것 같은 서른의 봄을 슬며시 꺼내본다.

내가 맞이한 서른 번째 봄은 유난히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때가 많았다. 날씨도 기상 이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온 차가 심했고, 내 마음도 늦은 사춘기에 불안한 시간을 붙들고 방황도 많이 했다.

지금껏 해오던 일을 멈추는 일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마음을 주고받는 일은 내가 지금까지 해봤던 일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었고, 다시 태어나도 꼭 다시 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주어진 상황과 미래의 계획 때문에 애정이 남은 일을 잠시 놓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고 어려웠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무모한 꿈 하나를 안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기에는 나는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예전보다 순수함과 열정이 부족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었다. 어쩌면 조급한 마음이 몸까지 더 아프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이제는 나에게 어울리는 호흡과 속도는 제대로 알게 되었다. 찬찬히 나의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조심스럽게 더듬으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나약해진 내 모습을 글의 소재로 삼을 정도로 솔직했고, 그만큼 글쓰기가 익숙해졌다. 그리고 가끔씩 랜선을 통해 내 글에 공감해주고 위로를 받았다는 감사한 댓글에 작은 용기를 얻는다.

어릴 적 내가 떠올렸던 서른은 모든 것이 여유롭고 넉넉한 사람이었는데. 아직도 내 안에는 초조함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꿈이 있기에 행복한 삶이라 믿고 있다. 서른의 봄은 햇살을 만끽하며 즐거운 날도, 싱숭생숭한 기분에 우울한 날도 모두 꿈을 향한 시간들이었다. 그 안에서 지난 겨울보다 견고하고 단단해진 나를 느끼고 발견한다.


그래, 피고 지는 꽃처럼 내 인생도 한 단계 성숙해졌으리라. 서른의 여름을 어떻게 맞이해볼까. 뜨거운 태양과 함께 열렬히 타오르며 다가올 가을에 달콤한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연히 이 글이 닿았을 당신도 이 여정을 함께해주시길.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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