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나에게 아픔과 절망을 주고
본인의 임무를 모두 수행했다는 것을 확인 후
불어오는 바람에 시들어 간다.
그리 잔인했어야 하는지 물어보려 해도
시듦의 고갯짓을 까닥-까닥-하더니 이내
죽어버린다.
철저히 내팽개쳐진 가지만 남아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 적응치 못한 채
겨울이 죽은 자리에 홀연히 묘지를 지킨다.
하얗기라기보다 뿌옇던 겨울 너의 모습에
뿌연 눈물만이 두 뺨 고개를 힘겹게 넘어 흐르니
다시 너가 돌아오리란 걸 알지만
같은 겨울은 오지 않을 테다.
알기에 그 사실을 뼈저리게 알기에
봄바람에 겨울은 또 다시 시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