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데 추위를 느낀다.
추운데 더위도 느낀다.
감기는 원래 쌉싸름한 계절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머리로는 부정해도 몸은 이미 으슬으슬하고 있는데
밖엔 장대비가 쏟아진다. 여름이 다가왔노라는 걸 공공연히 알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쩍이는 코와 함께 기침을 멈추지 못하는
나는 어쩌면 여름이 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나 보다.
여름만 되면 너와 함께 걸었던, 너와 함께 먹었던, 너와 함께 보았던 모든 것들이
생각나서 그리움에 사무쳐 격렬하게 기침을 하고 있는 거다.
기침을 하며 내 속의 그리움을 밖으로 내보낸다.
그러다 속이 뒤집어질 만큼의 기침을 하면 자연스레 눈가엔 눈물이 찡하고 맺힌다.
그리움을 강제로 뱉어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슬퍼지나 보다.
맺힌 눈물을 닦고 나면 곧 감기도 떨어져 나가겠지.
감기가 떨어져 나가면 여름이 올 거고, 가을이 오고, 곧 겨울도 오겠지.
모든 게 나에게 오는데 딱 한 가지.
너만 나를 등지고 돌아 가겠지.
저- 멀리 가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