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구름이 넓은 하늘을 뒤덮기 시작하고
어느샌가 저 멀리 산너머로 들려오는 천둥이 울릴 때면
조용하던 내 마음 어느 곳에서부터 무거운 진동이 울려온다.
아무 생각 없던 고요한 들판에 서 있는 나는 이내 불안해지고
불안감은 점차 현실이 되어 반복되는 천둥에 이따금 흠칫한다.
어릴 적엔 천둥이 울릴 때마다 이불속에 숨어 그저 지나가기만을
바라왔던 그 두려움이
이젠 희미하게나마 박혀있던 과거를 상기시키는 장치가 되어
한번, 두 번, 세 번 울릴 때마다 내가 뱉은 말들, 했던 행동들을
하나둘씩 불러온다.
오히려 천둥은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타임머신이 된 듯이
요란스럽게 울릴 때마다 나는 과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과거를 스쳐 지나가며 숱하게 보이는 그 당시의 나는
어째서 그렇게 무지하고, 어리석었고, 감성적이었으며, 바보 같았나
공기가 떨리고 하늘이 번쩍거릴 때마다 그때의 나를 꾸중하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따끔한 훈육을 하는 것만 같다.
어릴 적 두려움은 어쩌면 미래의 내가 겪게 될 참회의 시간이란 것을
그때부터 몸소 가르쳐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지.
이윽고 하늘에서 억수같이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참회를 견뎌낸 나의 눈물도 같이 흐르는 것이라 여기며
무릇 나뿐만이 아닌 모든 인간들이 함께 느끼는 경험이라 여기며
이 역시 사람이 사는 방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시 한번 천둥이 울려댄다. 아니, 수천 번 내 마음속에서 울려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