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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n 08. 2024

후회

지나간 모든 것에 대한 후회가 물 밀려오듯 들이닥칠 때

나는 그저 안타까움의 호흡만을 내쉴 뿐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을 잘못했기에 

무엇인가를 놓쳤고 무엇인가를 모른 체하며 넘겼기에

내 뒷그림자가 드리울 만큼 후회라는 태산이 저만치 높아졌나.


현재라는 시점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

눈 감았다 뜨면 이미 그조차 하나의 과거로서 후회가 자리 잡을

하나의 보금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나는 알기에.


이렇게 하면 아니 된다, 저렇게 하면 아니 된다 수없이 되뇌어도

이 행동 하나로 파생되는 후회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인 나로서는

막아설 수 없는 커다란 굴레라는 것을.


막연히 미래에는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굳세게

다짐해 보아도 이미 미래는 스치는 화살처럼 과거로 변모되어 

탈바꿈한 후회는 내 뒤를 따라붙는 그림자가 되었다. 


나날이 작아지는 나의 자존감은 후회에게 좋은 영양분이 되어 

그를 무럭무럭 자라게 해 주고

나날이 커지는 후회는 반대급부로 나에게 날카로운 슬픔만 내리꽂는다.


후회는 찬란한 하늘의 높이 솟은 적락운처럼 만들어져 

그 속엔 내가 살아온 인생의 파편들과 난장판이 된 모습들이 즐비하니,


아 너는 사라질 기미가 없어 보이는구나. 

오히려 네가 있어 내가 이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반증하는구나.


하나하나 캐물어볼 때마다 가슴이 시큰시큰 아려오는 이유는

어쩌면 내 인생의 대부분은 후회로 만들어져 있어서 그런가 보다.


후회의 피가 돌고 돌아 나를 대체하고 있나 보다. 

후회는 이꼬르, 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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