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마키 May 13. 2021

어디를 가든 난 아무 데나 괜찮아

그 여정의 종착역으로

갈 곳이 있어 기차표를 끊는다.

시간에 맞춰 서둘러 기차 안에 들어가면 표 안에 배정받은 좌석을 확인한다. 옆에 앉은 사람은 맘에 안 들고 저 앞에 자리는 비어있는데 혼잣말하며 지정석에 앉는다. 나는 창가 쪽 자리를 선호한다. 바깥 풍경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이 서면 창밖의 풍경은 멈추고 시간도 같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다. 짐을 싸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들어올 사람은 들어온다. 역이 다시 출발하면 풍경은 또 바뀐다. 비가 오기도 하고 바람이 불기도 하고 찬란한 햇빛이 비출 때도 있다. 흔히들 기차 여행은 우연이 만들어낸 낭만으로 가득하다는 착각이 있는데 변화하는 풍경을 볼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기차여행은 종착역을 향해 예정된 여행이라 슬픈 예감도 든다. 종착역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지만 중간중간 정거장을 거친다. 기차 안의 사람들은 서로 목적지도 모르고 뭘 하는 사람들인지 모른다. 각자가 잠들고 깨고를 반복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옆 사람과 대화를 하기도 한다.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행복을 그리는 철학자로 알려진 앤드류 매튜스가 한 말이라고 한다. 여행은 목적지를 향해 계획을 세우고 짐을 챙기는 준비과정, 여정에서부터 설렘과 행복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그럴 때가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이용하고 전개할지에 따라 다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인생인지도 모른다. 지금 얼마나 남아있는지 모를 인생이지만 그저 주어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자리에서 종착역까지 가는 동안 누구와 동행할지 모르고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각자의 종착역은 다르다. 그저 내 자리에서 다가올 행운과 불행을 기다리며 내가 좋아하는 토블론, 트윅스 같은 초콜릿이나 까서 먹는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상태에서 불행하지만 않으면 행복한 것이다.


나 자신에게 그 순간을 감사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길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이라고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