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나
갑자기 날씨가 더워졌다
먹을까 말까 고민하던
편의점 아이스크림에 눈길이 갔다
큰맘을 먹고 산 아이스크림은
순식간에 녹아서 없어졌다
멍하니 들고 선 뼈대만 남은 막대기 하나
흘러나오는 한숨은 곧 변명거리다
단단히 굳어있던 달콤함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리도 허망하게 사라질 무언가를 바라진 않았었다
차라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살 것을 그랬나
뼈만 남아버린 내 이천 원을 휘적이며 하는 생각
쌉쌀함으로 속을 채우는 것이 그날만큼은 차라리 나아보였다
사시사철 봄을 바라는 것은 이기적이겠지만
보통의 여름을 원하던 것조차 그리 큰 잘못 이었나
망연하게 펼쳐본 지갑에는 이제 지폐가 얼마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