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나
곰곰이 생각해보다 나는 문득 모나리자를 떠올렸습니다
저 상냥한 미소와 백지장처럼 창백한 피부를 보며
창살 안에 갇혀버린 그녀의 세계가 참 측은했습니다
사유를 거듭하면서 옆으로 걷다 보면
어느 순간에 내 앞은 그저 나무입니다
위로 바닥으로 그렇게 끝없이 뻗어있는 갈색 빛깔의 나무
그것은 참으로 액자의 틀을 닮았습니다
옆을 돌아보면 커다란 벽이 있습니다
하늘까지 뻗은 새하얀 벽에 걸린 그녀의 미소가 가득합니다
무언갈 두드리고 싶어 손을 뻗으면
만져지는 것은 허공을 가르는 공기입니다
아마도, 내 팔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호기심 많은 유리창에 닿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시금 그녀를 바라봅니다
모나리자의 미소를 따라 입 꼬리를 끌어올려 웃습니다
이번에는 입 꼬리를 잡아 내리려 해봅니다
나는 모작模作이 아니기에, 모나리자는 결코 못 됩니다
저 유리창 너머에 있을 호기심에
푼수처럼 웃어주고 싶지도 아니합니다
그럼에도 내 가슴엔 어째서
모나리자의 미소를 닮은 동경과 찬탄이
캔버스의 낙인처럼 아로새겨져 있는 것인지
꼭두각시처럼 미소를 결국 지으면서도
참으로 참으로 모를 일입니다
-<모나리자를 닮은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