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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May 30. 2024

복수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준비할 일 3가지

K장녀가 가장 못하는 일

억울함이 클수록 해소의 욕구 또한 크다. 그리고 K장녀와 장남들에게는 이를 해소할 힘과 지지기반이 필요했었다. 이제야 찾은 내면의 힘으로 지금부터는 억울함의 해소 욕구 중 가장 큰 하나인 복수를 위해 준비할 것을 말해보고자 한다. 단, 많이 아플 수 있다. 상당히 괴롭고 힘든 얘기지만 우리 각자가 가진 내면의 가치와 힘을 견고히 하는 작업을 했었다면 충분히 버텨내고 또 한 번 크게 성장할 기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지닐 수밖에 없던 힘과 추구해 온 가치를 구구단처럼 외우고 있다면 이런 건전한 괴로움도 충분히 맞서볼 만할 것이다.


내가 가진 약점들 중 몇 가지는 그저 내가 선택하고 추구해 왔던 약점들도 있지만 사실 어쩔 수 없이 주워졌던 환경과 숙명 같은 것들이 있다. 원치 않았던 K장녀, 장남이 유난히 그렇다. 내가 이런 타이틀만 얻지 않았더라도 남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나만의 삶을 영위하지 않았을까 하는 큰 아쉬움은 언제나 존재한다. 당연하다. 조금 더 나은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는 원망, 조금 더 내 마음을 표현할 용기를 내지 못했던 후회 등.. 이런 것들을 직면하는 단계에서부터 상당히 아프고 괴롭다. 그러기에 남다른 각오와 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면서도 나씩 해소하는 과정마다 느끼는 해방감이 벅차오를 일이기도 하다.


나를 제대로 위로하고 충분히 슬퍼하고 그걸 다시 격려해 내는 모든 과정은 나의 가치를 일상에 적용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좋은 예로 우리에게 친숙한 오은영박사님은 당신에게 주어진 억울한 상황들을 좋은 부모님으로부터 공감받고 격려받는 것에서부터 시작했기에, 현재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갖춘 진정성 있는 치유자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비록 K장녀를 강요받아온 우리는 충분한 공감을 해주는 부모님은 계시지 않았지만, 이제 스스로가 충분히 성숙 해졌기에 자신을 위해 그런 어른이 되어볼 수 있다. 지금부터 우리는 스스로를 위한 오은영박사가 되어야 한다.




1. 내가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주어졌던 역경에 충분히 슬퍼하자.


나는 좀 더 어른스럽고 성숙한 어른들과 함께 자랐다면, 나에게 물질적인 것은 물론 특히 정서적으로 든든한 지지자가 있었더라면, 어려운 환경조차도 충분히 씩씩하게 이겨낼 기지와 용기는 충분했을 텐데.. 나는 우리 부모님이 좀 부족하고 미성숙한 분들이더라도 괜찮았으니 그저 충분히 사랑을 주고받고 싶었던 것뿐인데.. 나라는 존재만으로도 행복해하며 인정해 주는 어른이 필요했는데...


필연적으로 만났지만 성숙하지 못했던 어른들을 이해해 주고 정서적으로 의존하고자 했던 마음을 떠나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아쉬움과 안타까움 들을 충분히 애도하고 달래두자. 혹여나 눈물이 난다면 더 좋다. 울음은 수치스러운 게 아니고 슬픔은 억눌러야 하는 게 아니다. 너무 많은 억울함을 쌓아온 나머지 감당이 안될 만큼 힘들어서 그렇지 한 번씩 눈물을 흘리고 나야 속이 시원해진다. 그러고 나서 허기도 질 거고 잠도 몰려올 것이다. 그럴 때 그저 스스로에게 다정하고 씩씩하게 말해주자.


"실컷 울고 나니 시원하지? 이제 밥 먹고 푹 자자. 우는 것도 참 힘든 일인데 애썼네~"


단, 모든 작업의 끝에는 크고 작게 나의 가치를 내세워보는 일이다.

오늘의 울음에서 나는 자기표현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존재감을 충분히 만끽했으며 멀리 보았을 때에는 분명 이렇게 견뎌낸 아픔들이 내 삶에 있어 커다란 성장을 불러왔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완전하게 위로된 상처로 두 번 아파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다.


2. 내가 선택했던 고난을 온전히 돌아보고 위로하자.


아무리 사랑하는 부모님이라고 해도 솔직히 너무 그들만을 위해왔다. 과도하게 헌신하다가 그만 진짜 나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렸다. 그게 심지어 성인 이후의 사회생활에서도 지속됐었다. 언제나 나를 전혀 지키지 못한 채 타인만을 위해왔던 삶에 충분히 슬퍼해야 한다. 지난 성장과정에서부터 성인이 되었음에도 자신을 지키지 못했던 모든 순간을 하나하나 되돌려보아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그렇게밖에 만들어질 수 없는 성격이었지만 언젠가부터는 나도 이 불편함을 인지하면서도 사실은 방치했었다. 무례하게 굴고 의존하면서 얻게 되는 편함이 또 있었기에 다 알면서도 힘의 원천을 찾지 못한 채 나를 성장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또 한 번 스스로를 위한 눈물을 실컷 흘려주고 그 또한 견뎌내 버린 자신을 격려해 주자. 진짜 어지간한 사람은 잠시도 버티지 못할 순간들을 나는 버텨내 왔다. 그게 어떤 힘이었는지는 이미 지난 글과 함께 찾아뒀을 것이다. 그 가치를 눈에 보이게 나열해 보고 바라보면서 다행이라고 안도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이 모두 필요하다. 또 자신만의 말투로 자신만의 언어로 한 마디 해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까지 소중하게 지켜낸 내 존재, 내 가치들 진짜 기특하고 대견하다. 이제 내가 지켜낸 스스로를 위해 무슨 일을 해도 해내겠다. 이렇게 힘이 강해졌으니."


3. 울고 난 스스로를 견고히 격려하자.


세상엔 별 수 없이 자기를 감추고 타인을 깎아내려는 악인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겉으로 티가 나는 악인은 차라리 괜찮지만 은근히 연약한 척이나 친근하고 친절한 척을 하는 악인들도 많다. 미처 스스로 치유되지 못한 사람들은 어느 집단에나 존재하기에 분명 언제 어디서든 나는 또 공격당할 것이다. 그런데 확실하게 치유하고 극복한 상처는 더 이상 약점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필자가 가진 핸디캡에 대해 누군가에게 지적이나 비난을 들었을 때, 이 전에는 '어떻게 아픈 상처를 저런 식으로 말할 수 있지?' 하면서 재차 나의 상처를 후벼 파는 것으로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스스로가 이미 충분히 슬퍼하고 또 극복해 낸 뒤에는 각자가 가진 핸디캡을 극복과 성장의 의지를 열망해 왔기에, 이미 치유되고 스스로의 강점으로 만들어 버린 과정을 모르는 상대가 그저 안타까울 뿐 이 전과 같이 대단하게 큰 타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내면에서부터 견고하게 쌓인 힘이 있기에 그런 공격도 그저 아무렇지 않게 '핸디캡을 극복해 본 적 없는 본인소개를 남의 얘기인 척하면서 하고 있네' 하는 정도의 고급스러운 대처가 가능하다.


심리학을 본격적으로 접한 이후부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애써왔었고 당연히 중재를 위해서도 노력했었다. 그런데도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나를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 수십 년간 관행처럼 굳혀져 왔기에 내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음을 상대에게 부드럽게 인식시키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그러기에 그 뒤의 단계는 시도조차 하기도 어려웠다. 이 과정을 나는 분명하게 알고 있고 그 가치를 견고히 쌓아 구구단처럼 외워 스스로의 노력과 힘에게 각인했다. 굵직한 상처와 연결되어 있는 사소한 상황 모두에 MBTI의 F처럼 충분히 슬퍼한 뒤에 T처럼 나의 가치를 확고하게 세워두자. I처럼 혼자만의 시간에서 인형을 하나 세워두고 해내도 좋고, E처럼 마음이 통하는 신뢰할만한 사람들을 찾아 해내도 좋다. (MBTI는 이런 용도로 사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혼자 이 모든 과정을 해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필자 역시 그랬기에 여기 마음훈련의 연재글을 함께하면서 계속 다져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음 글에서는 복수를 위한 밑바닥 다지기 단계에 대한 글을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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