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티게 하는 힘은 어떻게 찾을까

화나는 상황, 무례한 사람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방법

세상은 당신에게 과도한 노력과 성실함을 요구한다. 그렇게 자신들만의 권위가치를 무너뜨리지 않게 한다. 알면서도 일상에서조차 사소한 상황마저도 거절을 못한다. 자신을 지키는 법과 표현하는 법을 너무 접한 적이 없다. 세월이 흘러 삶을 뒤돌아보는 시기가 오면 노력하지 않은 것만 후회하게 되는 게 아니다. 제 때에 맞게 놀지 못한 것과 제 때에 맞게 체력을 기르지 못한 것, 제 때에 마음을 돌보지 못한 것, 제 때에 거절을 못한 것, 제 때에 도움을 요청해보지 못한 것 등 모두가 후회될 일이다.

그러니 당신이 지금 무언가 또는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부디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봐주길 바란다.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누구의 노력인지를 다시 인지해보자. 모든 게 자신의 것이라고 인지되었다면 계속 그 길을 가면 되겠지만 아마 세 가지 중 두 가지만 충족이 된다거나 한 가지밖에 아니거나 아무것도 내 욕구가 아닌 경우도 있다. 그러면 부디 멈추고 나의 욕구를 먼저 돌보자.

부모에 의해, 상사나 선생님의 부당한 지시에 의해 또는 타오르는 질투심에 무작정 온 건 아닌지, 쫓기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건지, 원하는 게 뭔지 몰라 어쩌다 보니 여긴 지.. 여기까지 생각이 닿았다면 이제부터는 당신의 가치를 갉아먹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풀어가 보자.

---

내가 (또는 당신이) 가진 고유한 강점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는가? 헌신하는 사람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었던 신뢰관계를 통해 얻게 되는 개개인의 재능을 보는 눈, 그 재능모음을 통해 이루는 것이 가능했던 발전되고 안정된 세상. 이런 것들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을 당신은 늘 그래왔듯이 어떤 사회집단에 속하더라도 자동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그런 것들부터 눈에 익히고 파악해 가는 힘을 계속 사용하고 키워왔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런 눈을 가진 당신은 유난히 '리더'를 지향하는 타인으로부터 극도로 경계당했다. 당신보다 부족한 포용력과 성실성을 가진 이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어쩌겠는가? 태어나서부터 리더의 자리를 강요받았기에 쌓을 수밖에 없는 힘이었으니, 첫 리더의 자리에서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윽박지르며 밀어붙이는 것이 전부인 이들에게는 온화한 리더십이 강한 경계심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에게도 그저 주어진 삶을 통해 내가 가지게 됐던 힘이 부족했을 뿐, 자신들에게도 고유한 힘이 있었을 테다. 다만 안쓰럽게도 그 힘을 모르고 자신의 힘과 일치하는 삶을 살지 못해 격분하거나 교묘하게 당신을 공격하는 방식을 선택했던 것이다. 우리의 힘은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에 그 정도로 단단하게 강화되어 왔었다. 우리도 만약 끝까지 내 힘을 모르고 산다면 분명 그들처럼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굴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더 이상 자신의 힘을 의심하지 말고 똑바로 제대로 '인식'해보자. 큰 틀에서 헌신해 왔던 이들이 가진 힘의 결은 같지만 또 각자 가진 배경과 경험에 따라, 성향과 성격에 따라 아주 입체적이고도 디테일하게 각자가 가진 힘들이 세분화되어 나뉜다. 당신은 누구와도 겹칠 수 없는 당신의 진짜 힘들을 이제부터 하나씩 모아 융합시켜야 할 뿐이다. 이런 공부는 해 본 적은 없지만 다행히도 많은 걸 외워야 한다거나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내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힘만 가지고 있어도 가능하다. 그 외 학습방법은 그동안의 당신에게 효과적이었던 어떤 방식의 학습법을 적용해 보아도 좋다.

K장녀라는 타이틀로 나는 물질적으로 보이는 것들은 많이 얻을 수는 없었지만, 내면적으로 쌓은 힘이 매우 컸었다고 자부한다. 당신 또한 마찬가지이다. 리더의 눈으로 세대와 세대를 연결해야 했던 중재자로서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워야 할 점과 배우지 말아야 할 점들을 스스로 파악해야 했을 테니, 그 속에서 얻은 나만의 지혜들은 단기간에 쉽게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론을 통해 배운다고 하더라도 적용하는 것에는 굉장한 시간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일찌감치 자율성과 독립성 또한 체득해 왔다. 그 외에 세부적인 것들은 필자가 일일이 짚어주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신의 삶에서 당신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그것을 가치로 하나씩 나열하는 것은 당신의 일이다. 다만 약속할 수 있는 건, 그 작업을 해낸다면 이제부터 짚어낼 우리들의 약점이 두렵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필자가 깨달았던 몇 가지 약점 중 가장 먼저 인식된 것은 추구하는 가치에 닿기 위한 결론을 빠르게 이루기 위해 중간단계를 건너뛰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던 것이었다. 헌신자의 눈은 언제나 전체적인 틀을 바라보고 지향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세세한 과정에서의 갈등들을 건너뛰려고 하는 습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가치에 비했을 때 그를 위한 하위 가치들은 생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 반대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극도의 불안과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내가 어떤 집단에서의 불가피한 리더역할을 해야 했을 때에 과정에 대한 명확하고 꼼꼼한 설명이 요구되는 이들에게는 극도의 불안을 불러일으켰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가치에 기준을 뒀을 때에는 옳은 문제였지만, 개개인을 존중하는 것에 기준을 둔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고민해 본 뒤 조율할 수 있는 문제였다.

또 다른 약점은 헌신자가 가지는 고유하고 특유한 가치를 이루기 위해 상대방과는 다른 관점에서 과도하게 꼼꼼했을 수도 있겠다. 각자의 가치가 어디에 집중되어 있고 목표를 두고 있는지는 다 다르기에 모든 과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집중이 높을수록 꼼꼼하고 섬세해져 다른 가치를 바라보는 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지나치게 예민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아 여유롭게 가까운 곁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에 더더욱 견고하게 시뮬레이션을 그려야 했기에 더더욱 그랬을 테다. 결국 K장남, 장녀들도 이루고자 하는 분야를 해내오는 과정에서 예민하게 굴고 꼼꼼하고 깐깐하게 쟤고 따지는 순간을 거듭해왔던 것이다. 위에 나열했던 힘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스스로의 힘을 바르게 인지 하지 못해서 서툴게 휘둘렀고, 그래서 그 힘에 따르기 버거웠던 타인들에게 부정적으로만 해석되고 있었던 당신의 힘을 지금부터 다시 바라보자. 인터넷으로 '가치 목록'으로 검색만 해봐도 수많은 가치들이 세세하게 분류되어 있다. 여기에서 타인들에게 비난을 받고 지적을 받아오면서도 내가 중요하게 지키고자 했던 가치들에 대해 꼭 한 번 찾아보길 바란다. 그 가치는 당신이 삶을 살아온 시간처럼 거스를 수 없는 힘이었을 뿐일 테니.

다음 글에서는 그 가치를 도대체 어떻게 현실에서 잘 적용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