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딱 붙어있는 숨은 악인 찾기
반드시 찾아내야 하는 이유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듯이 악인 역시 종류도 다양하고 때로는 타인에겐 좋은 사람이지만 나에게만 나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우리가 악인을 걸러내야 한다면 반드시 나의 지향점과 경계선을 명확히 해두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요즘에는 악인을 칭하는 단어들이 참 다양하다. 가스라이터,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 에너지 뱀파이어 등 단어만 설명 들어도 그들에게 당했던 설움이 조금은 씻기는 기분이다.
반사회적인 경험을 통해 승리나 성취를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신뢰관계를 찾으며 헌신을 하고자 하는 우리가 우습고 하찮게 느껴질 수밖에 없고, 때로는 이런 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또 다른 성취를 위한 착취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상대가 자신의 성취만 취한 채 우리의 에너지를 앗아가지 않도록 우리는 더더욱 경계를 견고히 할 필요가 있다. 그저 불안해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그들과 반대의 가치를 강화시키고, 스스로가 가진 약점을 메꾼 뒤에 다시 진정성 있게 신뢰관계를 쌓을 사람을 찾으면 된다.
K장남과 K장녀같이 한 그룹 안에 있는 '헌신자'의 분명한 강점은 신뢰관계의 구축과 그에 따른 인재를 찾아내는 눈이다. 이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기억한 상태에서 비로소 우리의 약점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취약점도 확실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인내심이 강해 타인에게 지나치게 허용적이고 자신을 지키는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 소모가 많이 드는 것에 비해 성취율이 낮기 때문에 각종 악의에 의한 상황이나 사람으로 인해 선의의 동기를 잃기 쉽다.
좀 아프겠지만 수시로 내가 나를 얼마나 잘 보호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과정을 통해 다음을 도모해야만 같은 아픔을 반복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혈연이나 지연과 같이 한국에서만 통하는 인연도 결국은 착취와 성취로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에 불과하다. 너무 의미를 두지 말고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상 선의를 이해관계에 쏟는 순간부터 의미는 퇴색된다. 우리도 결국 혈연이나 지연이 안전할 것 같다는 착각에 노력하기 쉬운 쪽을 선택을 해왔던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혈연이나 지연을 저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관계를 위해 각자의 사정에 맞춰 거리를 두고 예의를 갖추되 좀 더 냉정한 눈을 가질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스스로의 표현력이 약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상대가 나의 경계선을 침범함에도 불구하고 그 무례했던 상황을 그저 상대의 '표현'이었을 뿐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상대방의 경계선을 알지도 못한 채 선의로 돕다가 상대가 그 선의에 불쾌함을 표했을 때에는 영문도 모른 채 사과를 해버리는 오류를 범한다. 기억하자. 상대방이 화를 내며 나에게 무례하다고 했다면, 먼저 어디서 그렇게 느꼈는지를 질문해서 그가 느끼는 무례함의 감정과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사과 먼저 하는 것이 사실은 상대방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좋고 상황을 빨리 파악하는 힘이 있는 헌신자들에게는 그렇게 넘어가면 될 일이겠지만, 그러면 나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넘어서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것처럼 되어버린다. 그래서 늘 상황이 한참 흘러간 뒤에 자존감이 깎이고 상처만 남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먼저 정확히 파악해 본 뒤에 이해가 되었다면 공감을 해주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거기서 끝내선 안 되고 반드시 그 뒤에 나의 기준과 가치는 어떠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1대 1의 상황에서 모든 의견이나 주장은 조율되어야 하지,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이해해 주는 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사소한 부분에서 오해를 받는 것을 경계하자. 어차피 인간은 모두 각자의 가치로 살아가기에 나와 맞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향점이 다르다고 해서 그걸 공격으로 인지하고 선을 넘는다면 그 또한 우리가 방관해서는 안된다.
자신이 가진 힘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사회적으로 보이는 것에만 집중해 빨리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기에 오히려 어느 부분에서 화가 났는지를 물으면 당혹스러워하고 더 강한 방어기제를 발휘하거나 회피한다. 이걸 되묻는 것조차 무례하다는 듯이 여긴다. 심지어 전혀 사회적인 관계가 아닌 경우에 더 그렇다. 사적일수록 자신만의 가치와 힘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우리 힘이 뭔지도 모르고 헌신해 왔듯이, 사실은 다른 이들도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른다. 그저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채찍질을 당하는 경주장 위의 경주자들처럼 끊임없는 부와 명예, 권력욕을 하릴없이 쫓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이미 수없는 추월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앞서가는 누군가를 따라잡기 위해 달려야 한다는 초조함이 있을 뿐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무의미한 도움을 주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괴로운 상황과 마음에 놓여있다면 다음 5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기를 바란다.
1. 늘 피해자이지는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가?
2. 스스로의 가치와 힘을 파악할 수 있는가?
3. 어떤 순간에서의 나의 무례함을 인지했다면 인정할 수 있는가?
4. 무례함을 사과하고 앞으로 안 그러겠다는 약속과 다짐을 할 수 있는가?
5. 반대로, 누군가의 무례함에 자신의 힘과 가치를 상대방에게 이해하기 쉽게 표현할 수 있는가?
적어놓고 보면 너무 뻔하고 당연한 얘기들이지만 살다 보면 이렇게 초등학교에서 배울 법한 도덕적 규율을 당연하게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쟁사회에 너무 과도하게 적응해 버린 나머지 다른 에너지를 인지해본 적도 없어서 그렇다. 그저 물질적인 범죄만 저지르지 않는다고 전부 선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는 물질적인 부유를 따지기 전에 당연히 사람으로서 관계에서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성품을 가져야 한다. 또 한 가지, 이 성품을 갖출 것을 '타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은 누구도 없다. 각자의 삶이 어느 정도 비슷한 결이 있더라도 세세하게 들여보면 첨예하게 다를 텐데 개인이 개인의 위에서 누군가의 성품을 지적하고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가. 누군가의 행동이 거슬리고 불편했다면 그때 적절하게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표현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추구해 왔던 관계에서조차도 신뢰의 기준은 모두 다를 수 있고, 그러기에 그 기준을 공유하고 표현하면서 조율해 가는 과정이 필요할 뿐이다.
하지만 당연히 마지막에 마지막까지도 도저히 이런 관계와 변화의 시작이 불가능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갈등의 상황이 벌어진 순간의 상황만 이기면 그 뒤에는 상대를 자신의 아래서열로 두고 대하는 사람, 상대방의 고유한 가치는 듣지 않고 자신의 기준만 생각하고 타인의 입장은 회피하려는 사람, 자신의 지위나 선택, 언행에 대한 영향력에 책임감 없이 구는 사람 등.. 아마 우리가 자주 만났던 유형의 사람들일테다. 이런 사람들은 한 번에 파악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가 추구하는 관계는 결국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가치이기에 이 과정은 필수요건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사람을 파악할 수 있기도 하다. 유난히 타인을 평가할 때는 냉정하고 까다롭게 굴면서 자신의 언행에 무례함이 있던 것은 조율은커녕 인정조차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심하자. 그리고 그때마다 상처를 받는 대신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신뢰관계를 보호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에 더 초점을 맞추자.
필자 역시 못돼 먹은 상황과 미숙하던 시기가 있었고 어쩌면 지금도 성장하는 기로의 어느 지점에 서있는 것에 불과하다. 같이 사는 남편이 말하기를, 아직도 부부갈등 이후에 사과를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다고 하는 걸 보니 아직 멀었나 보다. 마음은 공부를 한다고 극적으로 성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끊임없이 내가 가고자 하는 선의와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으로도 이미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남편과의 소중한 관계를 위해 지금 내 태도를 인지하고 조금씩이나마 변화시키고자 했다면, 그걸로도 엄청난 변화와 성장은 시작된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는 경계선 안에서 서운함을 표현하고 이해가 됐을 때 기꺼이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하다.
한 번에 성장하려는 것처럼 미련한 것은 없다. 우리가 가진 힘을 인지하는 단계부터가 얼마나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것인지를 안다면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을 알 테다. 다음 글에서는 힘든 과정을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을 키우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