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안보

by 요아킴


여름이 막 시작된 지금, 세계는 펄펄 끓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구 절반이 섭씨 10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고, 연방정부에는 연일 폭염 경보를 발동한다. 우리 언론에서는 지난 1994년의 악몽을 되살리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원전이든 석탄이든 발전소를 더 급히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겨울에는 북반구에 폭설과 맹추위가 몰려왔고 여름이 되자 불볕더위다. 인류가 살기 적절한 기후환경이 만들어진 지가 6천 년이 지난 이 시점에 기후가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구 역사에서 지금보다 온도가 6도 이상 높았던 온실기도 있었고, 지구 전체가 얼음이었던 빙하기도 있었다. 지금은 온실기와 빙하기의 중간인 간빙기라고 한다. 뭔가 사람이 살기 힘든 쪽으로 기후가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기후위기의 두려움은 탄소중립으로 이어지고 에너지 전환으로 연결된다. 기온상승의 원인이 이산화탄소 증가이니 이를 줄이자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탄소를 뿜어내는 화석연료 대신 바람, 햇빛, 파도, 지열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자는 약속이다. 그것도 부족하면 수소나 연료전지 같은 신에너지라도 개발해야 하며, 심지어 탄소 배출이 극히 적은 원자력이라도 더 사용하자고 한다. 그리고 이런 신재생에너지는 궁극적으로 모두 전기로 변환해서 사용한다. 즉 에너지 전환은 거의 모든 에너지를 전기화(電氣化, electrify)하자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5%를 수입한다. 석유와 LNG 같은 화석에너지이다. 국제사회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로 서로 약속하고 있으며, 우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약속했다. 현재 전체 전력생산설비 148GW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3GW로 22% 수준인데, 실제 전기를 생산한 비율은 10% 근처에 머물러 있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화석에너지 사용량을 40%까지 줄이겠다는 NDC 달성 약속을 했지만, 갈 길이 너무 멀다. NDC 40을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3GW로 높여야 한다. 쉽지 않아 보인다.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설비용량도 매년 10%씩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전기생산량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태양광 발전은 날씨와 계절의 영향으로 전력생산량이 들쑥날쑥하면서 계통운영에 문제를 일으키며, 경제성이 높은 해상풍력에 아직 본격적인 사업 투자가 없다. 전기를 실어 나를 길인 계통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 집중된 태양광 발전 역시 계통망 부족으로 멀쩡히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를 저장할 장치가 의무화되지 않아서 그냥 전기를 날리는 것이다. 얼마 전 시행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은 재생에너지가 남아도는 곳으로 전기 다소비 고객을 옮기자는 내용인데, 문제는 사람, 돈, 기술 등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된 우리나라 현실에서 과연 실효성 있을지 의문이다.


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숙명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용 여부는 유럽을 중심으로 RE100, 탄소세 등과 같은 방식으로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철강, 자동차, 조선 등은 물론이고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새로운 먹거리 산업 역시 전기공급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전력산업의 키워드는 깨끗하고 값싼 전기를 제대로 만들어 수송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과거에는 경제성이 최고였지만 언젠가부터 환경과 경제성 모두가 담보돼야 한다. 이게 에너지 전환으로 가야만 하는 이유이다.


상상해 보라,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전부, 아니 절반만이라도 태양, 바람, 파도, 바이오와 같은 천연자원에서 오는 세상을. 이런 천연자원은 공짜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너지 전환이 성공하면 더는 중동의 석유와 가스에 과거처럼 기대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 자립이 완성된다. 그게 바로 날로 격해지는 세계정세의 변화에 대응하는 에너지 안보를 세우는 길이다. 우리는 모든 것이 불리하다. 화석에너지도 부족한 이 땅에는 천연에너지 자원도 남들보다 그리 넉넉하지 않다. 그렇다고 남들이 가는 에너지 전환의 길을 따라가지도 못하면 안 된다. 길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는 국가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리더의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비전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전기요금, 계통혼잡, 분산화 등과 같은 전력산업이 안고 있는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한전이 독점하는 소매시장을 자유화하고 전면적 시장화로 가든지, 한전의 전력판매를 개방하는 대신 발전자회사 일부를 한전과 재통합한 후 발전과 판매 통합을 통한 경쟁체제를 열든지, 아니면 과거와 같은 수직통합으로 가든지 갈 길은 여러 가지이다. 모든 선택에는 각각의 성공과 실패가 있다. 현명하고 냉철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의 등장을 간절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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