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태양광과 바람을 사용하는 무한에너지다. 반면 화석에너지는 주로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고 사용할수록 양이 줄어든 한정적인 자원이다.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전보다는 화석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또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전기의 형태로 생산이 되므로, 전체 에너지 사용에서 전기에너지가 늘어난다는 말도 된다. 현재까지의 기술로는 가장 효율이 좋은 가스복합화력 발전소의 효율이 40% 정도이고, 태양광이나 풍력도 이보다 더 좋은 효율을 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다들 알듯이 가스는 생산과 수송, 그리고 전력 생산에 많은 돈이 들지만, 바람과 햇빛은 공짜다. 그리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비용은 가스발전소 설치 비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모두 750만 기가킬로와트아우어(GWh)로 1990년의 2백만 GWh에 비하면 3~4배 정도 규모로 증가했다. 가장 큰 부분은 전통적인 재생에너지인 수력발전으로 전체 재생에너지의 절반이 넘는 440만 GWh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풍력발전량이 약 150만 GWh, 태양광이 약 100만 GWh, 나머지는 조력과 파력 등 해양에너지, 그리고 지열 등이 조금씩 차지하고 있었다.
수력은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재생에너지로 물의 힘을 이용해서 전기를 만드는 가장 경제적이고 청정한 에너지원이다. 풍력 역시 역사가 긴 자연에너지로, 인류는 바람을 이용해서 대양을 가로질러 신세계로 향했고 방앗간을 돌려서 곡식을 가공했다. 태양광은 반도체가 등장함에 따라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와서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는 재생에너지는 태양을 이용하는 태양광발전이다. 태양광발전은 태양전지 패널(PV. photovoltaic)이 개발되면서 각광을 받는 재생에너지로, 처음에는 주로 주택의 지붕에 설치하는 작은 규모였지만 이제는 상업용으로 전기를 만들어 파는 사업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대형 전력회사도 대규모 태양광발전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각자의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고객이 늘어날수록 전력회사로서는 그만큼의 전력판매가 줄어들기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전력회사는 직접 태양광 발전사업을 시작함으로써 에너지 전환에 동참할 수도 있다. 또한, 주택의 전기 사용량보다 많이 생산한 고객의 전기를 전력회사가 되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데, 태양광발전이 많은 여름철 낮에는 전력회사로 전기를 팔고, 반대로 태양광발전이 중단되는 저녁 시간이나 겨울철에는 전력회사의 전기를 사용하는 고객을 프로슈머(Pro-sumer)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프로슈머 제도가 생겼고 점차 증가한다.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기자동차 역시 이런 프로슈머의 기능을 한다. 밤 시간대의 싼 전기로 전기자동차를 충전하고, 전력수요가 높은 낮 시간대에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전기를 전력회사로 팔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프로슈머가 늘어나면 에너지 효율성도 증가한다.
최근 독일에서는 특히 주택용 태양광 설비가 증가함에 따라 전력회사의 수익이 많이 떨어졌다. 독일의 양대 전력회사인 RWE와 E.ON은 전통적인 전력생산(발전), 전력수송(송전), 판매(배전)의 사업에서 탈피, RWE가 EON의 신재생발전설비를 인수하면서 신재생을 중심으로 하는 전력생산 전문기업으로 변모하는 반면, E.ON은 전력 및 난방에너지 판매와 고객솔루션사업 중심으로 회사의 성격을 바꾸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는 모두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전력산업 생태계 변화에 대응한 결과였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전체가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 등 에너지 위기를 맞이하면서 재생에너지 개발 속도는 더 커질 것이다.
눈에 띄는 현상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반드시 기후위기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엔은 과거 반기문 전 사무총장 시절부터 에너지 보급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왔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전기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아프리카 및 서남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모두에게(Sustainable Energy for All, SE4All)”라는 사업을 벌여왔다. 이 사업의 목표는 전력 설비, 특히 송배전설비가 부족해서 전기를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저개발 국가에서도 자유롭게 전기를 사용하게 하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는데, 사실 이런 지역은 화석에너지를 이용하는 발전설비도 빈약한 것은 물론이고 오지의 주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할 송전과 배전선로가 너무나 취약했다. 그래서 유엔은 이런 지역에 소형 태양광 발전설비를 널리 보급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유선전화가 없는 오지에 전화선을 새로 까는 것보다 무선 중계기를 달거나 인공위성을 띄워서 핸드폰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과 같은 논리였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이용해 전력공급망이 없는 지역에서도 전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유엔의 자료에 따르면, 나무나 석탄을 난방과 취사 연료로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폐암을 비롯한 각종 호흡기 질환 발생 비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이런 지역의 연료를 태양광발전에서 나온 전기로 대체하면, 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에너지 전환은 이처럼 인류 복지의 여러 측면에도 도움을 준다.
건강과 보건이 에너지 전환의 촉매가 된 것은 이런 오지뿐만 아니라 이미 산업화가 이루어진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미국에서도 최근 20년 사이에 석탄발전소 숫자가 크게 줄고 있다. 미국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가 2022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30년까지 99GW 규모의 석탄발전소들이 폐쇄될 것이라고 한다. 2011년에는 총 318GW 규모의 석탄발전소가 미국 내에서 운영되고 있었다고 하며, 이후 점진적인 감소세가 진행됐다고 한다. 현재까지 폐쇄 계획이 전혀 없는 석탄발전소 규모를 합치면 약 83GW 정도로, 이들 역시 시간이 갈수록 가스발전소나 다른 친환경 발전설비로 대체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가 가야만 하는 길임이 분명하다. 화석에너지 덕분에 인류는 현대 문명을 이룩했고 지금과 같은 편리한 문명 생활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이 현대의 편리함이 결국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에너지의 원천인 지구의 미래도 어둡게 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편중된 화석에너지를 놓고 벌어지는 분쟁과 싸움 역시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깨끗하고 보편적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