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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진년 Sep 05. 2024

아내

아내 / 허진년


모두머리 처녀시절

곱디고운 피부는 쪽빛 하늘이었고

가는 허리춤 감아 앙가슴으로 숨을 감추던

홑 바람은 꽃잎도 시샘 하였지만

세월을 곁눈질로 버무려 안고 살았더니

어깨에 기대어도 가벼워진 무게가

무거운 추가 되어 무안스럽다

빈틈없이 닮아버린 속내는면경과도 같고

늘 옆자리에 앉아 잔소리 쏟아 내어도

그대는 편안한 등걸이고

한 방향만 지향하는 나침반이다

........................................................................


이부자리 같이 덮고 살을 섞고 사는 여자를 말할 때,

아내, 여편네, 마누라, 집사람, 계집, 색시, 부인, 안사람, 내자, 처妻 등이라 하지만

나는 아내라 칭하고, 부를 때는 이름으로 부른다.

 

삼강오륜에 부부유별夫婦有別은 차별이 아니라 차이인 것이라 서로 마주 건너다 보면서 아껴주고 경외하라는 뜻이다.


아내는 안해로 안과 밖의 안이고,

해는 사람을 말하니 안사람 뜻이고, 안과 밖을 의미하고 있으니 부부를 내외라고 하는데

고어에서 안해를 종자생산의 어원으로 새끼 낳는 뜻이라고도 하였다.


여편네는 한자어로 여편에다 집단을 뜻하는 접미사 네를 붙인 것인데,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옆에 있어서 여편네라 하지만 웃자는 이야기겠지 남편의 대귓말로 여편이니 의미로서야 괜찮아 보이기도 하다.


마누라는 그 어원이 마노라였는데

가장 높이는 극존칭의 칭호란 것을 아는 이들도 헷갈리나 보다

 

부부간에 서로를 부를 때는

여보如寶라 부르고 당신當身이라 부르는데


여보는 같을 여如, 보배 보寶 라고 쓰며

보배와 같이 소중하고 귀중한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하니

남자가 여자를 부를 때 하는 말이며


당신當身이라 부르는 마땅할 당當 자, 몸 신身 라고 쓰는데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바로 내 몸과 같다는 의미이니

당신이란 당신이 나의 삶의 전부이기에

여자가 남자를 부를 때 하는 말인데

 

여보와 당신의 호칭도 이제는 뒤죽박죽 되어버리고

보배와 같이 생각하지도 않고

내 몸처럼 생각지도 않은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호칭이 대수롭겠나마는그래도 서로 보듬어 안아주고 사랑 주고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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