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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희진selfefficacy Oct 30. 2024

아침형 인간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새벽이라 부르는 시간에 기상하여 하루를 시작한다. 얼마 전 미라클 모닝이라는 게 유행하였고 팀쿡, 오프라 윈프리, 하워드 슐츠와 같은 유명 인사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한다는 것도 잘 알려졌다. 나는 지금 창문을 열어 선선한 공기와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글을 쓰고 있다. 서서히 머리가 맑아지고 주의력이 단단해지는 상태를 의식하며 어떤 일이든 척척 해낼 거 같은 최상의 컨디션이다.

아, 물론 위에서 언급한 인사들과 나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 나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여 말해 둔다. 단지 그들과의 공통적인 인간 부류 아침형이라는 데 만족할 따름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서양의 속담에서 부지런함 즉 남보다 빠른 시작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해석이 가능하겠다. 한국인들의 DNA에는 부지런함이 기본 장착이라 한다. 어찌하든 아침형 인간이란 표현은 칭찬의 문구로 받아들여진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일찍 일어나는 것은 바지런함이 아니라 남들이 하지 않는 때를 선택한다는 전략적 접근이 아닌가 한다.

간혹 주변인들의 나의 기상 시간에 대해 칭찬을 하곤 하는데, 나의 대답은 “수면의 총량이 같습니다.”이다. 즉 남들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일찍 일어날 수 있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OECD의 2021년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51분으로 회원국들의 평균인 8시간 27분에 비해 가장 짧다고 한다. 이 조사에서는 전체 연령의 평균값일 테니, 실제 활발한 사회 생활을 하는 한국 성인들의 수면 시간은 좀 더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잠이 보약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수면의 양이 아니라 수면의 질을 논하는 시대이다. 나는 양보다 질적인 가치를 더 추구하는데, 수면의 경우는 예외라서 내 총량을 채워야만 하루를 거뜬히 생활해 낼 수 있다는 변명이다. 그래서 아침형 인간이 꼭 굳이 칭송을 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많은 올빼미형 인간들이 자신들은 조금 다름을 멋쩍어하며 밤에 뭘 해야 집중도 잘 된다는데 이것은 일찍 일어난 새이냐 아니면 밤에 일한 새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시점을 택하느냐의 일인 것이다. 일찍 일어난 새는 어제 저녁 벌레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해 굶었을 수도 있고, 반면 어제 밤에 벌레를 잡아 충분히 포식한 새는 아침까지 편히 자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어쩌면 그 새는 야행성 동물일 수도 있기 때문에 자연의 섭리에 충실히 따를 뿐이다.

그렇다고 다른 아침형 인간을 부정적으로 보는 건 절대 아니다. 이처럼 모두가 그럴 거라고 동의하는 것에는 조금 다른 해석이 곁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Early Bird냐 Late Owl이냐는 나의 신체 리듬과 선호에 의한 선택이다. 

나는 Early Bird가 딱 맞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요즘 안타까운 것은 노화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새벽잠이 없어진다고 하는 생체적 심리적 곤란함이 떠오른다. 하루의 피곤을 몸이 견뎌 내지 못해 일찍 수면을 취하다 보면 자연스레 일찍 일어난다는 노인성 수면 패턴.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어떤 벌레를 잡을지 면밀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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