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과 떠나는 미국여행 #1
아기만 보시다가 돌아가시기엔 아쉽잖아요.
약 한 달 후면 우리 가족에 첫 번째 아이인 하트(태명)가 태어난다. 장모님이 아내의 산전, 후 도움을 주시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오셨다. 오랜만에 딸과 곧 태어날 손녀를 본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미국에서 코로나 일일 감염 확진자가 최고점에 달할 시기여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힘들게 먼 길을 오셨다. 인천에서 시카고로 비행기로 13시간, 시카고에서 인디애나주 블루밍턴으로 또 차로 4시간, 총 17시간이 꽤나 오랜 시간 이동해서 우리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장모님이 가져오신 캐리어 안의 대부분은 와이프가 좋아하는 음식과 품질 좋은 미역으로 가득했다. 미국에서 웬만한 한식을 맛볼 수 있다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골에서는 차로 4시간을 가야 제대로 된 한식을 맛보거나 한국 식재료를 살 수 있었기에 아내의 미소는 끊이지 않았다.
아내는 전치태반으로 인해 예정일보다 3주 빨리 제왕절개로 출산일이 확정되어있었다. 출산일이 예정일보다 많이 빠르고 응급상황에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이 주위에 있기에, 힘들게 먼 곳을 오신 장모님께 조금은 구경시켜드려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우리 부부는 항상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항상 “괜찮네”라는 말이었다.
“장모님. 어디 가시고 싶은데 없으세요??”
“난 괜찮네.”
“그랜드캐년이나 자유의 여신상 보러 가시는 건 어때요?”
“난 괜찮네.”
말은 괜찮다고 하시지만 사실 장모님은 여행을 참 좋아하신다. 코로나 전에는 매년 국내외로 여행을 다니셨고 우리 부부와 뉴질랜드, 스페인, 국내의 여러 곳을 다녀왔다. 주말이면 산과 들로 항상 떠나시던 분이시기에 절대 집에서만 지내시고 싶지 않아 하실 것 같았다. 만삭인 아내가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을 아시고 사위랑 둘이서 여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사실 나도 장모님과 단 둘이 여행은 꽤나 부담스럽게 느꼈다. 예전 여행에는 아내라는 든든한 동반자가 함께했기에 장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지만 장모님과 사위의 둘만의 여행은 생각만 해도 조금 어색하다.
며칠을 아내와 상의하고 고민했다. 결론은 같이 여행을 가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미국에서 두 달간 머무르면서 여행을 못하시고 산후조리와 아기만 돌보시다 가시면 나중에 우리 부부가 너무 죄송하고 후회될 것 같았다. 그래서 갑작스레 여행을 가자고 말씀드렸다. 부담스러워하실까 봐 먼 여행을 가까운 데 가는 것 마냥 이야기했다.
“저랑 나이아가라 폭포 보러 가지 않으실래요?”
“거기가 가까운가? 힘들지 않으면 한번 가보세.”
다행히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는 게 싫지 않으신 것 같았다. 사실 우리 집에서 쉬지 않고 10시간을 차로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하루 만에 가는 건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고 폭포만 보고 오기에는 너무 아쉬운 여행이기에 여러 군데를 구경시켜드리고 싶었다.
“가는 길에 몇 군데 오늘 길에 몇 군데 들릴 생각이에요. 며칠 걸리니 미국 오실 때 가져오신 캐리어 그대로 가져가시면 돼요.”
그래서 출산예정일 2주를 남기고 장모님과 나는 미국 동부로 떠나게 되었다. 부모님 세대에서 가장 좋아하신다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