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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임파파 Sep 04. 2021

생각과는 다른 여행지의 모습. 여기가이런 곳이아닌데.

장모님과 떠나는 미국여행 #5

 |이리호의 보물?|                                                  

 

 사실 프레스크 아일 주립공원을 가게 된 이유는 클리블랜드에서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이동하는 6시간 중에 중간에 갈 곳이 없을까 찾던 중 발견한 곳이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생각보다 평점이 좋고 “행복했다. 이리호의 보물이다.”라는 리뷰가 많았고 프레스크 아일 주립공원의 항공사진을 본 뒤 기대감이 높아졌다. 

 

By Ken Winters, U.S. Army Corps of Engineers - U.S. Army Corps of Engineers

 

 호수 위로 길게 뻗은 도로를 달리면 마치 호수 위를 달린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상상도 했었다. 고운 모래사장에는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쉬고 있고 한편에선 낚시도 하며 정말 평화로운 모습을 기대하며 좋은 기억을 많이 준 클리블랜드를 뒤로하고 프레스크 아일 주립공원으로 우린 천천히 향했다. 

 



  장모님은 긴 이동시간을 지겨워하시는 듯 보였지만 잠은 주무시지 않았다.

“장모님 세 시간 이상 이동하니 한숨 주무세요.”

“괜찮네. 자네가 운전하느라 피곤할 텐데 천천히 가소.”

 

 사실 파란 하늘을 처음 볼 땐 멋지지만 계속 보면 지겹다. 그래서 좋아하실만한 한국 드라마를 넷플릭스에서 태블릿 PC에 다운로드했다. 처음에는 안 보시려고 했지만 한번 보시더니 빠져나오시지 못했다. 이동 중엔 드라마 시청, 내려서는 여행이란 완벽한 일상 같았다.

 

 드라마를 보지 않을 때는 클리블랜드에서 본 그림이야기도 하고 저녁은 무엇을 먹을지 이야기도 많이 했다. 나만의 생각이지만 방귀도 튼 사이라 그런지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어느덧 프레스크 아일 주립공원에 도착했다.



 

 거대한 호수와 아름다운 자연의 조화를 기대했는데 도로 양쪽으로 나무가 있어 이리호가 잘 보이지 않았다. 도로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지 않았고 나무도 풀도 정리가 안되어 으스스한 느낌마저 들었다. 호수를 비추는 등대가 유명하다고 해서 갔으나 도로가 폐쇄되어 갈 수 없었고 유명한 모래사장은 아무도 없고 황량한 느낌만 가득했다.

 코로나로 공원이용 시설 대부분이 폐쇄 또는 접근이 금지되어 있었고 심지어 화장실 문도 다 잠겨 있었다. 오가는 차도 거의 없었고 사람들은 보기 힘들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사진 속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아닌 버려진 자연환경 같았다. 

 

 장모님도 사진 속의 모습을 내심 기대하신 듯했다. 그러나 이내 실망하신 듯이 짧고 굵게 말씀하셨다.

“그만 가세.”

 



 미국에는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신비로운 현상이 가득해서 누구나 즐거워하고 만족하는 여행지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것도 아니지만 미국 사람들은 호들갑을 떨면서 훌륭한 자연경관으로 치켜세우는 경우가 참 많다. 안타깝게도 프레스크 아일은 미국 특유의 치켜세움이었던 것 같다.

 

 나이아가라 폭포도 프레스크 아일과 같은 주립공원이라 사진과 다른 모습에 크게 실망할까 봐 걱정되기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보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아름답고 유람선은 꼭 타봐야 된다는데, 코로나로 인해 국경 너머 캐나다로 갈 수 없었고 유람선은 잠정적으로 운행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 더욱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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