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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임파파 Aug 25. 2021

내 마음대로되는 건 없어.

장모님과 떠나는 미국여행 #3

내 마음대로되는 건 없어.

 |계획대로 되는 건 없어 |

                                                    

 우린 오후 다섯 시가 되어서야 클리블랜드 시내에 도착했다. 계획대로라면 로큰롤의 성지라고 불리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서 한 세대를 풍미한 가수와 밴드의 유산들을 구경하고 퇴역 군함 내부 관람과 클리블랜드 시내를 구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점심으로 Walmart를 한참을 멀리 다녀오면서 이미 계획은 다 틀어졌다. 점심 식사 거리를 찾느라 제법 돌았고 잦은 휴식을 했기에 계획보다 두 시간 이상 늦어졌다. 계획했던 로큰롤 명예의 전당과 군함은 이미 영업시간이 지난 뒤였다.


 지난 이야기지만 사실 계획이 틀어지길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로큰롤과 군함을 장모님은 과연 좋아하실지 의문이고 차로 여섯 시간 이상의 이동했기에 피곤했을 것이다. 물론 장모님이 로큰롤 마니아 일수도 있고 들으시며 헤드뱅을 하실 수는 있지만 감히 상상되지는 않는다. 좋아하시더라도 사위 앞에서는 표현하기 힘들지 않으실까 생각이 든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영업시간이 지난 로큰롤 명예의 전당과 군함의 외부에서도 충분히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클리블랜드 시내의 관공서와 건물들은 제법 유럽 건물과 현대적인 대도시의 느낌이 조화로워서 꽤나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주위의 공원에는 인상적인 조각상들이 있었는데 조각의 의미가 잘 설명되어 있었다.

 이땐 나의 장기를 발휘할 시간이다. 전혀 준비가 안되었는데 꼭 다 찾아보고 계획하고 준비한 것처럼 괜한 의미를 붙여가며 굉장한 곳인 것 마냥 설명하였다.



 | 뜻대로 되진 않아|


 여행에서 잘 쉬어야 된다는 나의 개인적인 지론이다. 특히 장거리 로드트립중에 잘 쉬어야만 운전도 여행도 더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편안하게 쉬기 위해 처음에는 방을 두 개 잡으려고 했다. 장모님과 같은 방을 쓴다는 게 서로 불편할 것이라 생각했고, 숙소에서 편하게 널브러져 맥주 한잔의 여유도 느끼며 쉬고 싶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내 뜻대로 되는 게 없다. 예전 여행에서 같이 방을 써 본 적도 있었고 여행 비용도 아껴야 된다는 아내와 장모님의 성화에 맥주 한잔의 여유는 감히 말을 꺼내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침대가 두 개 딸린 트윈룸으로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짐을 푸는 것도 옷을 갈아입을 때도 서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중 가장 불편한 것은 화장실 사용과 방귀였다. 호텔 복도에서 방귀를 해결하기도 했는데 문제는 수면 중 무의식 중에 나오는 방귀였다. 혹시 자다가 실수할까 봐 볼일을 다 보고 잠이 들었다. 

 

 "뿡!"

 머피의 법칙이었을까 새벽에 내 방귀소리에 화들짝 놀래서 깼다. 꼭 학창 시절 수업 중에 졸다가 깜짝 놀라 일어났을 때처럼 놀랬다. 정신을 차리고는 장모님이 잘 주무시고 있는지 확인하고는 잠을 다시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아마도 놀래서 잠이 달아난 듯싶었다. 결국은 잠을 자기보다는 다음날의 일정을 찾아보고 이야깃거리를 정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 첫날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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