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과 떠나는 미국여행 #2
일단 떠나고 보자. 근데 뭔가 잘 맞지 않아.
무작정 떠난 여행이기에 장모님이 무엇을 좋아하시는지도 모른 체 눈치껏 하루하루 계획하고 진행되는 여행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단 하나 분명한 건 나이아가라 폭포로 가고 있을 뿐이다.
장모님은 나이아가라 폭포로 간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신다. 그러기에 세부 일정은 다 나의 몫이다. 나는 여행 일정과 숙박은 기본이고 운전기사이자 지루하지 않게 이야깃거리까지 혼자 여행의 모든 것을 준비해야만 했다. 준비를 잘하기 위해서는 장모님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되는데 정작 나는 장모님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은 게 문제다. 동양 미술을 전공하셨고 도시보다는 자연을 좋아하신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없었다.
“혹시 가시고 싶은데 있으신가요?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이나 워싱턴 D.C. 에서 링컨기념관은 어떠신가요?”
“자네 가고 싶은데 가세.”
사위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으실 수도 있기에 아내에게 전화로 물어보기도 했다.
“장모님은 뭘 좋아하셔? 음식부터 아는 것을 다 말해봐.”
“몰라. 다 좋아할걸?”
아들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다 하지만 딸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긴 했다.
나도 처음 가는 미국 동부인데 어디를 갈 것인지 무엇을 먹을 것인지는 나에겐 어려운 숙제였다.
그래서 결정했다. 유명한 데만 가자.
인디애나주에서 뉴욕주 나이아가라 폭포로 가기 위해서는 오하이오주와 펜실베이니아주를 거쳐야 된다. 첫 번째 날에 갈 곳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로 결정했다. 나이아가라 폭포까지의 긴 여정에서 반보다 조금 더 가는 6시간 거리이고 괜찮은 미술관이 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선택했다.
오늘은 여행 출발일인데 출발부터 나와 장모님은 맞지 않았다. 나는 해뜨기 전에 출발해서 밤늦게 숙소에 들어가는 여행 스타일을 선호했지만, 장모님은 아침을 드시고 출발해야 되고 저녁시간 전에는 숙소로 들어가셔야 되는 타입이었다. 내 마음은 이미 두 시간 전 출발했는데 아직 집이기에 모든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 여행이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할지 의문을 가진채 일단 떠나게 되었다.
미국의 고속도로에는 휴게소가 있지만 화장실과 자판기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한국의 휴게소 역할은 주유소가 주로 맡고 있다. 고속도로변 제법 큰 주유소에는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과 작은 레스토랑이 항상 같이 있어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도 좋다.
문제는 장모님은 패스트푸드처럼 생긴 음식은 거의 안 드신다는 것이다. 그래도 미국에 왔으니 미국 음식도 조금 드셔 보시라고 권했지만 “자네 먹고 싶은 거 먹세. 난 빵과 우유 먹으면 되네.”라고 계속 말씀하셨다. 어느 사위가 “난 먹고 싶은 거 먹으러 갈 테니 빵과 우유 드세요.”라고 할 수 있을까? 문제는 내가 빵과 우유만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감언이설로 미국 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추천해 보았지만 아마도 한식을 드시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한식당을 찾아가는 것은 더 힘든 일이었다.
결국 나의 선택은 Walmart였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델리코너에 조리되어 팔기에 그중 뭐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을까 생각해서 가게 되었다. 한참을 둘러보다 고르신 건 스시 코너에서 김밥처럼 생긴 캘리포니아롤이었다. 빵과 우유보다는 잘 드셨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워하는 눈빛이었다. 한국 식당을 미리 찾아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일정은 더 늦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