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과 떠나는 미국여행 #4
무엇이 가장 보고 싶으세요? 그래도 그림은 좋아하시죠?
장모님과 떠난 미국 여행의 둘째 날이 밝았다. 큰 유리창 너머 따사로운 햇살에 커피 한잔의 여유로운 아침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유롭지도 않았고 피곤한 아침이다. 어젯밤 방귀를 뀐 뒤로는 정신이 들어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고 여행 일정을 계속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어나시는 장모님께 아침 인사를 건넸다.
“잘 주무셨어요?”
“편히 잘 잤네. 자네는 잘 잤는가?”
난 밝은 웃음으로 “네”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클리블랜드 미술관을 관람하고 프레스끄 아일 주립공원을 구경한 뒤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가는 꽤나 긴 여정이다. 사실 클리브랜드 미술관과 프레스끄 아일 주립공원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매우 생소한 곳이다. 유명하지 않지만 숨은 보석 같은 곳이라서 가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문을 열지 않아 문을 연 실내전시장과 야외 공원이 여행의 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여기 왔어요.”라고 말할 수 없어 별것 아닌 장소에도 특별한 의미를 붙이고 이야기를 만들기 바빴다.
사실 나는 미술관을 즐겨 찾는 사람은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장모님과 여행을 다니면서부터 미술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동양화를 전공하시긴 했지만 다른 그림도 좋아하시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미술관 관람을 여행에서 빼놓지 않았다. 그렇게 미술관을 다니면서 그림을 통해 그 나라의 각 시대의 문화와 시대상을 보게 되면서 그림을 보는데 재미를 들이기 시작했다. 미술관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온도와 습도 조절 때문에 항상 시원하고 편안한 관람을 위해 의자가 군데군데 있다. 큰 그림 앞에는 꼭 긴 벤치가 있는데 깊게 감상하는 척하며 쉬기가 참 좋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클리블랜드 미술관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큰 규모와 여러 나라와 시대의 그림과 유물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의 시작부터 얻어걸린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좋았다.
장모님은 작품을 조금 떨어져서 천천히 관람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난 옆에서 방해되지 않을 크기의 목소리로 화가의 이름과 작품 설명을 읽어드렸다. 다행히 마네와 모네 같은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많았는데 덜 유명한 작품들이 많아서 신선함과 보는 재미가 더 있었다. 여행의 매 순간이 이렇게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오늘의 점심은 클리블랜드 시내의 한식당으로 결정했다. 저번과 같이 장모님이 드실 만한 메뉴를 찾아 삼만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한식당을 가는 길에는 문 닫은 가게와 빈집이 꼭 슬럼가처럼 보여서 가는 길에 마음이 조금은 불안했는데 한식당에 입구에 다다를 때 허름한 입구에 내 불안감은 증폭되었다. 그러나 안은 꽤나 깔끔했고 직원도 친절했으며 가격도 저렴하였다. 물론 한국에서 한식을 계속 드시던 입맛에는 다 맞출 순 없지만 그래도 꽤나 만족스러워 이동 중에 먹을 김밥도 추가로 포장할 정도였다.
클리블랜드는 우리에게 좋은 추억을 많이 선사해주었다. 클리블랜드를 떠나 이리호(오대호중 하나)의 숨은 보물이라 불리는 프레스끄 아일 주립공원으로 큰 기대감을 가지고 천천히 이동하였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실망하게 될 장소라는 것을 모른 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