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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임파파 Oct 07. 2021

마지막엔 꽃놀이

장모님과 떠나는 미국여행 #9

마지막엔 꽃놀이

 

|마지막까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장모님과 단 둘이 떠난 여행의 끝이 보이고 있다. 무작정 떠나온 여행인 만큼 그때그때 맞춰서 다음날 계획을 짰다. 가능한 많은 곳을 보고 오라던 만삭의 아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란 말에 집에 얼른 돌아오길 계속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10일 이상을 집에 혼자 있었으니 마음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몇일 전부터 나에게만 일찍 돌아 오란 말을 장모님께도 심심찮게 했는지 장모님도 조금 일찍 가길 희망하셨다. 그렇게 우리의 계획은 또 수정되고 있었다.

 피츠버그에는 미국 팝아트의 제왕인 앤디워홀 박물관이 유명하기에 당연히 앤디워홀 박물관을 갈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앤디워홀이 누군지는 몰라도 코카콜라병, 통조림, 배우를 그린 그의 작품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정도이다. 앤디워홀 박물관이 다른 박물관에 비해 조금 늦게 오픈을 하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이 이틀 뒤이지만 앤디워홀을 과감히 포기하면 내일 도착할 수 있었다. 아내에겐 하루만 더 기다려 줄 수 있느냐고 조심스레 물었지만 제왕절개 수술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많이 불안해서 기다리기 힘든 것 같았다.

 앤디워홀 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지만 만삭인 아내를 생각하면 집에 빨리 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앤디워홀의 작품 한국에서 연말까지 전시중이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랠 방법을 찾았다.


 피츠버그에서 집이 있는 인디애나 블루밍턴까지는 차로 7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 바로가기에는 조금 아쉽기에 잠깐 들러 구경할 만한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때 문득 장모님이 워싱턴D.C.에서 꽃밭에서 꽃을 행복하게 보시던 모습이 생각났다.


“장모님 꽃 구경 가실래요?”

“그래. 그렇게 하세.”




 다음 목적지인 꽃구경 장소는 의외로 쉽게 정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먼 길 중간에 언젠가 여행 갈 때 가려고 생각한 식물원이 있어 딱히 찾아볼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인 식물원은 오하이오주의 주도인 콜럼버스에 있다. 식물원을 여유롭게 둘러볼 시간도 필요해서 평소와 달리 아침 일찍 식물원을 향했다.


 우린 3시간을 차로 달려 콜럼버스에 도착했다. 식물원은 콜럼버스 시내의 높은 빌딩 숲과는 조금 거리가 떨어진 다른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식물원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햇살과 꽃을 산책하며 거닐고 있었다. 여유롭게 꽃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장모님은 상당히 기대가 높아진 눈치였다.


 천천히 차를 주차하고 식물원으로 향했다. 어젯밤 미리 예약과 결제를 했기에 빠르게 입장할 수 있었다. 식물원에서 첫 번째 장소는 갤러리였다. 생화와 조화로 표현한 그림이 이쁘게 걸려있었다. 비록 작품은 많지 않았지만 꽃을 좋아하는 미술 전공자인 장모님에겐 더없이 좋은 장소가 아닐까 생각했다.


 실내 식물원은 다른 식물원과 달리 히말라야와 같은 고산지대 이끼와 식물들 그리고 사막 식물이 많이 있어 신비로웠지만 실내온도가 춥거나 더워서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장모님은 이끼와 선인장과 같은 식물은 관심이 많이 없으신지 그냥 눈으로만 훑고 지나가셨다. 눈치를 보니 식물원에 도착할 때 본 식물원의 실외 공간을 가보고 싶으신 것 같았다.



 식물원은 실외는 마치 잘 꾸며진 공원 같았다. 특히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여유롭게 산책하는 모습도 엄마와 아이들이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도 너무 보기 좋았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었던 일상의 여유로움이 나에겐 가장 부러운 모습이었다.


 실외에는 봄을 맞아 알록달록한 꽃들이 많았는데 그중 튤립이 가장 이쁘게 피어 형형색색의 튤립 앞에서 한참을 머무르며 사진 찍고 구경했다. 실외 공간에서

꽤나 긴 시간을 꽃밭에서 시간을 보냈다. 웬만해서 먼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 적이 없으셨는데 꽃 앞에서는 유독 밝게 웃으시며 사진을 찍으시는 것 같았다.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작은 굴에도 들어가셔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실 정도였다.

 


이렇게 즐거워하는 장모님을 보며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내가 장모님에 대해 조금 더 알았더라면 좀 더 좋아하실만한 장소를 더 많이 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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