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임파파 Oct 16. 2021

집으로(에필로그)

장모님과 떠나는 미국여행 #10

집으로(에필로그)

|집으로|


 장모님과 단 둘이서 떠난 미국 동부 여행은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짧은 일정에 여러 도시를 다녀와서 구경하는 시간보다는 차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장모님과 나는 서로 많이 안다고 생각했음에도 아내 없이 장모님과 둘만의 여행은 쉽지 않았다. 중간에 이야기를 이어 줄 사람이 없다 보니 장모님은 10시간 이상 이동할 때는 말 없으신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졸음과 싸우는 시간이 많으셨다. 다행히도 나중엔 지루한 시간을 넷플릭스 드라마가 빈자리를 메꿔줬다. 


 사실 어머니와도 여행을 다닌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장모님과의 여행은 부담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여행 가이드부터 운전과 숙소와 식당 예약까지 작은 것 하나 다 맡아서 할 수밖에 없는 것보다 서로를 너무 의식해서 양보하다 보니 결정하는 게 어려웠다. 항상 “다 괜찮네.”라는 말이 결정을 더 어렵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말은 괜찮다고 하지만 기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표정을 잘 감추시지 못했기에 괜찮다는 말이 나중에는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돌이켜보면 기본적인 의식주부터 여행 성향과 휴식까지 다른 점이 너무 많았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여행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알게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현지 음식을 즐기며 잠은 무조건 편안하게 자야 된다는 나와 반대로 장모님은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와서 저녁 전엔 숙소로 돌아와야 되고 익숙한 음식인 한식을 찾으셨다. 정한 스케줄대로 움직여서 최대한 많은 것을 보려는 나와는 달리 좋아하는 꽃밭에서는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시는 모습도 나와는 반대였다. MBTI를 검사했다면 나와 상극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장모님과의 둘만의 여행의 불편함은 숙소에서 최고조를 달했다. 편하게 쉬어야 되는 숙소에서 화장실 사용은 언제나 불편했고 잠자리도 편안하게 너부러져 자기 부담스러웠다. 이런 것들을 불편하다고 서로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무작정 참기에도 쉽지 않았을 텐데 우리의 여행은 어떻게 잘 흘러간 게 다행이다. 사위인 나에게 마냥 의지하기 미안해서 더 말이 없으셨을지 모른다. 그래도 이번 여행을 통해 서로를 많이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음식도 선호하는 여행지와 여행 스타일도 알게 되었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것을 볼 수 없었고 할 수 없어 아쉬움도 많이 남았지만 남들과 조금은 다른 추억을 쌓은 것 같다. 장모님과 사위의 짧은 미국 동부 여행은 이렇게 막을 내리지만 새로운 여행이 또 기다리고 있기에 다음을 기약해본다.


이전 09화 마지막엔 꽃놀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