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의 아쉬움을 뒤로 한채 피츠버그로 향했다. 딱히 피츠버그에 무엇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인디애나주까지 멀어서 중간에 쉬어 가는 도시이다.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나름 이름이 익숙한 도시이다. 아마도 지금은 은퇴한 프로야구 강정호 선수가 피츠버그 파이러리츠에서 활동했기 때문인 것 같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있는 만큼 피츠버그는 나름 크고 볼게 많은 것 같았다. 다만 아내의 출산 일정이 다가오고 있고 돌아가는 길이라 마음이 분주해져서 피츠버그를 편안하게 여행할 시간이 없을 뿐이다.
해가 지는 저녁시간에 피츠버그에 도착했다. 계획은 오후 시간에 도착해서 한 두 군데 구경을 했어야 하는데 역시나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았다. 워싱턴 D.C. 에서 많이 걸어 다닌 탓에 많이 피곤해서 자주 쉬었고 내가 사는 작은 소도시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교통체증이 워싱턴 D.C와 피츠버그에는 있었다. 물론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의 교통체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예상보다 피츠버그 도착이 오래 걸렸다.
장모님도 오랜 시간 차에 계셔서 그런지 많이 피곤하셨는지 어서 숙소에만 도착하길 바랬다.
“지금 바로 호텔로 가는가?”
늦은 시간까지 제대로 먹지 못해 배가 고프기도 했고 오랜 시간 차로 이동한 탓에 장모님은 얼른 쉬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평소와 다르게 갈 곳이 있었다.
“우리 호텔로 바로 안 가고 멋진 전망대가 있다는데 잠시 갔다가 호텔로 이동할 겁니다.”
피츠버그에는 마운트 워싱턴이라는 언덕이 있는데 피츠버그가 한눈에 들어오는 꽤나 멋진 장소라고 몇몇 분들께 추천받았다. 이번 여행에서 한 번도 야경 또는 언덕에 올라 도시의 경치를 바라본 적이 없어 괜히 가보고 싶었다. 물론 배고프고 지치지만 도시의 야경의 아름다운 불빛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구글 지도에 마운트 워싱턴을 검색하고 차로 이동을 했다. 워싱턴 마운트로 향하는 언덕은 언덕이 아닌 하늘이 보일 정도로 가파른 길이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한참이나 올라서야 도착했는데 내가 구글의 방문 후기에서 본 풍경과 조금 달랐다. 전망대와 비슷하게 생긴 건물은 문이 닫혀 있었고 피츠버그의 도시의 풍경은 오래된 주택가와 나무에 가려서 일부만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평화로운 느낌과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하다는 후기와 다르게 약간 음산한 분위기에 가게도 없고 큰 개들이 엄청나게 짖고 있는 이상한 풍경이었다.
장모님은 보자마자 실망하셨는지 차에서 내려서 한 바퀴를 둘러보시더니 이내 호텔로 가자고 하셨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근처 동네를 조금 돌아보자고 했으나 장모님은 꽤나 완강하셨다.
“그만 호텔로 가세. 쉬고 내일 보세.”
그러나 피츠버그의 야경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내일 아침부터 또 다른 도시로 떠나야 되기 때문이다. 마운트 워싱턴에 오르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럼 언덕 내려가면서 한번 찾아보고 가요.”라고 말했지만 난 주위를 싹 훑어볼 생각이었다. 한 10분 정도 차로 헤매자 장모님은 그만 호텔로 가자고 계속 말씀하셨다. 그때 문뜩 고급 시푸드 레스토랑이 생각이 나서 구글에 가장 평점과 가격이 높은 시푸드 레스토랑을 검색하고는 딱 한 군데만 가보자고 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언덕을 다시 차로 오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급 레스토랑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깎아질 듯한 절벽 같은 언덕 위로 피츠버그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가 우릴 반겨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