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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임파파 Sep 20. 2021

백악관 vs. 자유의 여신상

장모님과 떠나는 미국여행 #7

장모님과 떠나는 미국여행 #1

백악관 vs. 자유의 여신상

 

 |백악관과 자유의 여신상  선택은 하나. 그런데 속은  들어가.

 

 사실 워싱턴 D.C. 와 뉴욕 두 도시 다 가보고 싶다. 그러나 혼자 집에 있는 만삭인 아내가 걱정되었고 출산 일정에 맞춰 집으로 돌아가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한 도시만 여행이 가능했다.

 

 평상시 같으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이자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뉴욕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중에 딱 하나만 고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저 없이 뉴욕을 택할 듯하다. 하지만 매일 뉴욕에서 아시아인 혐오범죄가 뉴스에 매일 같이 나왔고 사람들이 가득했던 타임스퀘어는 텅 빈 공간이기에 뉴욕 여행이 조금 꺼려졌다. 그래도 뉴욕은 미국의 상징과 같은 자유의 여신상이 있기에 놓치기 아쉬웠다.

 반면 워싱턴 D.C는 링컨기념관과 워싱턴 기념비 같은 구경거리가 내셔널 몰에 모여 있어 구경하기도 좋고 볼거리는 많지만 미국을 다녀왔다는 기념사진을 남기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선택을 장모님께 맡겼다.

“어디 가고 싶으세요?”


아무런 대답이 없으셨다. 나는 이내 질문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장모님은 이번 여행을 갑자기 따라 나오셨기 때문이다. 뉴욕과 워싱턴 D.C. 에 대해 딱히 찾아보신 적도 없으셨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자유의 여신상과 백악관중 무엇이 보고 싶으세요? 둘 다 코로나 때문에 내부는 갈 수 없고 멀리서 봐야 돼요.”

 “백악관이 어떤지 궁금하네. 가보세.”

 

그렇게 다음 일정은 워싱턴 D.C로 결정되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도착


 사실 백악관은 약 3개월 전에 예약을 하면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이기에 백악관 투어는 불가능했다. 그래도 백악관을 멀리 서라도 보고 싶어 하셨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워싱턴 D.C. 까지는 산길을 약 7시간 달려 도착하였다. 넷플릭스라는 훌륭한 도우미가 있었기에 자칫 어색할 수 있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다. 장모님은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시청하시고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먼 길을 달려 워싱턴 D.C에 도착했다.


 장모님은 가장 먼저 백악관을 보고 싶어 하셨다. 사실 백악관은 내셔널 몰(워싱턴 D.C. 의 국립공원)을 지나면서 언제든 볼 수 있기에 서두르지 않았다. 내셔널 몰은 생각보다 크고 볼 것이 많았다. 우뚝 솟은 워싱턴 기념비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주었고 2차 세계대전 기념비 넘어 인공호수와 링컨기념관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 좋았다. 반대편의 국회의사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의 의회 난동 사건으로 익숙했다.



 워싱턴 D.C. 의 많은 박물관은 무료로 운영된다. 박물관 입장료가 꽤나 비싸기에 워싱턴 D.C. 의 박물관은 참 매력적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박물관이 운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임 대통령들의 기념관과 전쟁기념관들은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워싱턴 D.C. 는 벚꽃놀이 장소로도 아주 유명하다. 내셔널 몰의 타이들 베이슨(인공호수)을 따라서 벚꽃들이 끝없이 있었고 튤립과 이름 모를 꽃들이 여기저기 심겨 봄의 기운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꽃을 좋아하는 장모님은 갈 곳이 많은데 꽃밭에서 꽃구경을 하시느라 바쁘셨다. 장모님을 위한 여행이니 꽃이 보일 때마다 잠시 머물면서 꽃과 파란 하늘을 즐겼다.




|백악관은 어디?

 

 꽃구경을 하시다가 문뜩 백악관이 생각나셨나 보다.

 “백악관은 어디 있나? 저 건물이 백악관이 아닌가?”

 

생각보다 백악관은 주변 어느 건물보다 작게 보였고 국회의사당은 크고 웅장하게 보였기에 국회의사당을 백악관으로 생각하신 것 같다.

 

“저 저기 멀리 보이는 작은 건물이 백악관입니다.”

평소 장난을 많이 치는 나였기에 장모님은 절대 믿지 않으시는 눈치였다.

 

“농담하지 말고 저기로 가보세.”


 해명이라고 하긴 웃기지만 핸드폰으로 백악관을 검색해서 보여드렸다. 그래도 믿지 않으시는 눈치였다. 그런데 갑자기 백악관 쪽으로 빠르게 걷기 시작하셨다.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고 싶으신 것 같았다. 의회 난동 사건 이후 세 달이 못된 시점이라 아직 경비가 삼엄했고 근처를 서성이는 장모님에게 무장한 경찰은 신분증을 요구했다.

 장모님 영어를 못 알아들으셨고 경찰이 자기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계셨다. 혹시 장모님이 난처해질 수도 있어 재빠르게 경찰관에게 나의 신분증을 내밀며 말했다.

 

“이분은 나의 장모님이고 영어를 못하십니다. 백악관을 처음 보시는데 조금 가까이서 보고 싶어 하십니다. 허가받지 않고는 어디까지 갈 수 있습니까?”

 

“허가 없이는 여기 이상 들어갈 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장모님. 못 들어가니 여기서 사진 찍고 가시죠.”

 

 

 알고 있었지만 백악관을 들어가지 못했다는 사실에 많이 아쉬워하셨다. 오래전에 여행을 계획했더라면 몇 주 전에 백악관 투어를 예약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갑자기 즉흥적으로 떠나온 여행이기에 미리 예약을 하기엔 어려웠다.

 

백악관이 생각보다 멀리 있어 많이 실망하신 것 같았다. 그래도 국회의사당은 제법 가까이 갈 수 있은데도 멀리서만 보고서는 돌아서셨다.


"우리 이만 가세."


 아쉬움을 남긴 채 워싱천 D.C. 를 떠난다. 이제 천천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우린 발걸음을 피츠버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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