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스테이츠PMB12기/W2D2
지금은 쉬고 있지만 작년 가을부터 겨울 런데이를 열심히 했었다. 나는 러닝, 달리기라고 말하지 않고 런데이를 했다고 표현하는 편이다. 런데이만의 특징이 있어서 그런지 머릿속에서 일반 달리기와 구분이 된다. 일상 속 활력을 불어주었던 런데이. 달리기를 하면 늘 꼴찌를 도맡았던 내가 런데이를 사용한 이유는 당시 내 상황 때문이었다.
작년 9월, 당시 내 신분은 웹툰작가지망생이었다. 어릴 적부터 만화를 좋아한 나는 이종범 작가님의 표현을 빌려 마치 정략결혼 한 것처럼 만화가가 내 직업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보니 세상엔 재미있고 흥미로운 게 너무나 많았다. 만화를 뒷전으로 두고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대외활동을 했고 직업을 거쳤다. 그러다가 어느날 퍼뜩 각잡고 만화를 그려보자 싶었다. 멘땅에 헤딩으로 방구석에서 웹툰만 그리기 시작했다. 공모전에 여러번 원고를 투고하고, 관련 지원사업에 지원했지만 빈번히 탈락했다는 소식을 들을 뿐이었다.
그 당시 내 하루를 온전히 지배했던 감정은 우울감과 불안감이었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재능이 없는 나를 마주했다. 데뷔가 불분명한 상황을 지속할지, 그만둘지 고민하던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중, 친한 친구가 런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마라톤을 신청해놨다던 친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도전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나도 해볼까?'하는 마음이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당시 탈락과 실패의 연속을 겪고 있었기에 뭐라도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행위를 하고 싶었다. 마침 웹툰 어시스트로 일하여 집에서 지내는 일이 많았기에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오죽하면 소화가 잘 안 되어 병원에 갔더니 운동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달리기는 세상에서 가장 기피하던 운동이었지만, 성취감과 체력증진을 위해 '런데이'를 다운로드 받았다.
런데이는 기대 이상으로 활력을 가져다 주었다.
런데이 첫날에 작성했던 일기다. 첫 런데이를 하고 나서 느꼈던 감정을 뿌듯함이다. 뿌듯함이 마음에 들어 계속해서 런데이를 도전했다.
하루 30분을 할애해서 성취감을 차곡차곡 적립시켜나갔다. 런데이는 내 한계를 부수고 있다는 성취감을 주었다. 이 뿌듯함에 중독되어 런데이를 꾸준히 했다.
규칙적으로 찍힌 도장을 보면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보람,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뿌듯힘을 느낄 수 있었다. 오죽하면 도장을 얻기 위해 뛰는 것 같다고 썼다.
런데이를 하면서 갖고 있던 불안감을 약간 해소할 수 있었다. 이렇게 꾸준하게 하는 힘으로 만화를 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런데이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풍경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불안함으로 가득했던 머릿속 먹구름을 환기시킬 수 있었다.
런데이를 사용할 때 나의 JTBD는 무엇이었을까.
"연속된 실패로 우울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런데이를 통해 작은 성취감을 얻고 싶었고, 일상에 활력을 주리라고 기대했다."
이는 딱 맞아떨어졌다. 일상블로그에 런데이 일기를 쓰며, 런데이를 하는 다른 분들과 친해졌고 소통을 하며 서로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여러모로 일상에 활력을 가져다 준 런데이!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다시 시작하려고 만지작 거리고 있는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