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영섭 Aug 05. 2024

자서전

첫 기억

 내 인생에서 첫 기억은 유치원 시절이다. 6살 즈음이었나? 유치원에 갔다가 혼자 집에 오면서 벨을 누르고 싶은데 키가 작아 낑낑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 아마 주민 아저씨가 도와줬던거 같다. 어느 날은 할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오셔서 할아버지 등에 업혀서 집에 왔었다. 그 때의 기억은 참 포근했다.

 할아버지는 술만 드시지 않으면 양반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동네사람들에게 잘해주고 나 역시도 할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오고 챙겨줬던 기억이 난다. 돌아가신지 오래 되셨지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다보니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했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같다. 참 신기하게도 할아버지가 술을 드시는 날이면 집에서 언성이 높아지고 엄마는 나와 동생이 듣지 못하도록 방에 숨어 있던 기억도 난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혼란스러운 감정이 먼저 생각난다. 분명히 나는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데 서로의 상황으로 인해 싸우게 되는 걸 보니 나는 과연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그 어린 나이에 가장 먼저 들었던거 같다. 내가 각자의 입장을 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서로가 최선을 다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옥탑방으로 가시게 되고 마지막까지 술을 드시다가 돌아가셨다. 그래서 지금도 할머니는 내가 술 먹는다는 얘기를 들으시면 뭐라고 하신다. 20년이 넘게 지난 일인데 말이다. 여튼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려서부터 나는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거고 내가 힘든건 내 몫으로 감당해야한다고 뼈속 깊이 몸에 새겨진거 같다.

 예전에 몽골여행을 가서 초원에서 명상을 했던 적이 있는데 어린 시절 나를 떠올리라고 하였을 때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넓은 초원에서 아무도 없이 혼자 뛰노는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그냥 나도 누군가에게 푹 안겨서 기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을 다니면서도 나는 항상 말없이 혼자 다니곤 했던거 같다. 같이 어울리며 노는게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래서 부모님이 나를 걱정했다고 한다. 어느날은 오랜만에 엄마가 나를 데리러 왔었는데 반가워하기는 커녕 무시하고 집에 갔다고 한다. 정말 재수 없는 놈 아닌가 허허

 그렇게 6년간의 주택살이를 정리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우리는 고모가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 사이 동생도 태어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면서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10년동안 같은 집에서 지내게 되었고 나의 학창시절을 지나게 되는데.. 이제부터는 길고 험난했던 초중고 시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작가의 이전글 28살, 세계여행을 꿈꾸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