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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영섭 Aug 05. 2024

정이 든다는건

정이란

 어느덧 세부에 온지 두달이 지났다. 같은 날 함께 왔던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새로운 사람들이 오면서 하루가 지날수록 정이 든다는 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한번 정이 들게 되면 모든 걸 다 해주고 싶고 그 사람한테 진심을 다 하는 편인데 어느순간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다보니 굳이 내가 이 관계에서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헤어질 사람은 어떻게든 헤어지고 만날 인연은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는 것, 그러니 스쳐 지나갈 인연일지라도 굳이 부여잡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런 순간들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은거 같다. 또 사람들이 나에 대한 마음이 그만큼 크지 않을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상처받기 무서워서 방어기제가 작용하는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사람과의 만남과 인연에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다. 모래는 꽉 움켜쥘수록 점점 더 새어나가는 걸.. 그래서 요즘은 그냥 좀 관계에 거리를 두고 혼자 지내볼까 라는 생각도 든다. 아마 나와 같이 지내는 사람들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지 전혀 모를텐데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내가 관심을 가지는 만큼 사람들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그건 욕심인가? 그런데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무리에서 고립되는게 무섭다. 그리고 두렵다.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나의 존재를 알리고자 좀 더 사람들한테 최선을 다 하는걸수도 있다.

 내가 여기에 오기 전에 나의 갭이어 기간을 기획해준 대표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정말 나는 사랑을 받고 싶어했구나.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과연 내가 평생을 살아오면서 존재 자체로 사랑 받았던 적이 있을까? 사실 어떻게 보면 혼자였던 시간이 너무 많았기에, 익숙해져서, 그리고 너무 힘들었기에 더욱 집착하는 걸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요즘은 예전보다는 좀 더 편해진 건 있다. 물론 내가 무언갈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행동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쩌겠나 이게 나인걸! 앞으로는 나의 텐션에 맞추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앞으로 남은 한달동안 또 어떤 감정들을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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