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감정은 조용히 가라앉았다.
《잠깐, 내려놓자》
자정을 넘긴 시간이 이제는 익숙하다. 퇴근하고 나면 어느덧 12시. 시계는 내게 말없이 하루의 끝을 알린다.
오늘 하루는 이상하게도 조금 지쳤다. 딱히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감정은 고요한 수면 위를 흐르다 갑자기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일과 중에도 어김없이 맡은 일을 해냈다. 대화도 했고, 웃기도 했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이 자꾸만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마도, 부족한 잠 때문일 것이다. 잠을 미뤄둔 탓에 오늘의 나는 조금 덜 채워진 채로 살아낸 셈이다.
씻고 누워서, ‘그냥 잘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대로 스르르 눈을 감고 싶었지만, 또 마음 한편에서 무언가가 말을 건넸다. 오늘의 기분을 어디엔 가라도 남기고 싶었다.
긴 말은 필요 없었다. 그저 오늘이 ‘조금 지친 날’이었다는 사실만 기록해도 괜찮았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날도 있는 거니까.
나는 종종 나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곤 한다. 지친 날조차 ‘이유’를 찾으려 하고, 그런 나를 다시 다독이느라 또 힘을 쓴다.
조금 지친 날엔 너무 위로하지 말자.
억지로 힘내라며 등을 두드릴 필요도 없다.
너무 자책하지도 말자.
왜 이렇게밖에 못 했는지 따지는 대신,
그저 오늘을 지나가게 내버려 두자.
그냥 그대로 두어도 괜찮으니, 잠깐 쉬자.
마음을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아도 괜찮다.
고요히 가라앉은 채로 하루를 마무리해도 괜찮다.
이 밤이 지나고, 또 내일이 오면 나는 다시 나를 살아낼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잠깐, 내려놓고 쉬자.
“괜찮아. 오늘은 좀 쉬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