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vs 도시, 당신이 더 선호하는 여행지는?
여행을 주제로 한 밸런스 게임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눈앞에 펼쳐진 산과 바다의 절경 속에서 조용히 숨을 고를 것인가, 혹은 분주한 도심 한가운데서 새로운 자극을 마주할 것인가. 누군가에겐 한참을 망설여야 할 문제일 테지만, 나는 언제나 단번에 답이 나왔다.
내 여행의 중심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가득한 도시가 있다. 여행이란 결국 익숙함을 벗어나 낯섦을 마주하는 일. 그런 점에서 늘 가만히 침묵하는 자연보다, 수다스러운 도시가 더 끌렸다.
도시는 살아 있고, 복잡하며,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다. 단지 한 블록을 걸었을 뿐인데 주변의 분위기도, 간판의 글씨체도, 흐르는 음악도 달라진다. 빼곡한 건물들의 창문 너머로 비치는 커튼과 조명만 봐도 그 안의 삶이 제각기 다른 온도로 숨 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벽에 그려진 낙서 같은 벽화, 전봇대 기둥에 뒤죽박죽 붙은 포스터, 서점 구석에 꽂힌 오래된 그림책 한 권,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졸고 있는 노인의 느릿한 눈꺼풀까지- 모든 것에는 누군가의 하루가 깃들어 있다. 걸음걸음마다 그들이 내게 말을 건네오면 나는 그 틈 사이를 조심스레 들여다보며 조용히 이야기를 수집했다.
내게 도시를 여행한다는 건 결국, 그 풍경들을 통해 이름 모를 타인의 삶과 조우하고, 그 대화 속에서 나의 세상을 한 겹 더 넓히는 일이었다.
이처럼 도시에서 나는 청자이자 화자였다.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구경하고, 선택하고, 기록했다. 그러나 자연 앞에서는 모든 행위가 무력해지곤 했다. 자연은 늘 고요히 존재하며 말을 아꼈다. 아무리 오래 바라봐도 말을 걸어오지 않는 그 묵직한 침묵 속에서, 나는 종종 길을 잃은 기분이 들곤 했다.
그렇게 도시의 언어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건네온 여행지가 있었다. 자연은 말이 없다는 나의 오래된 믿음을 부수고, 그 역시 생동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곳. 아이슬란드와 스웨덴에서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