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아이슬란드: 굴포스 폭포의 심장박동

by 수경

어느 겨울, 아이슬란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내가 이 머나먼 나라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분명했는데, 바로 2016년 방영한 <꽃보다 청춘 – 아이슬란드 편>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이다.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 반짝이는 빙하, 끝없이 펼쳐진 설원의 압도감.


그중에서도 자꾸만 되뇌게 되는 장면이 있었다. 즐겁게 뛰어 놀던 출연진들이 굴포스 폭포 앞에 서곤 말없이 눈물을 흘리던 순간. 떨어지는 물소리만 내었을 뿐인데, 그 폭포는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릴 수 있었을까.


나는 늘 그들이 흘린 눈물의 실체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 답을, 직접 그 자리에 서서 느껴보고 싶었다.




그렇게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나는 빙하 조각에 파도가 부서지며 빛나는 '다이아몬드 비치', 거대한 용이 살고 있을 듯한 '검은 모래 해변'을 차례로 걸었다. 매일 마주하는 풍경이 너무도 비현실적이어서,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발을 디딘 것만 같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어느덧 여행의 마지막 날. 그토록 궁금해하던 굴포스를 만나러 가는 날이 찾아왔다.


한참을 달린 버스는 드넓은 설원에 정차했다. 눈 덮인 좁다란 길을 따라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데, 아직 폭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저멀리 있음이 청각으로 느껴졌다. 고요한 설원을 가르며 물소리는 점점 짙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굉음이라 부르기에도 부족한 울림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 소리는 그저 자연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 올라와 오랜 시간 끝에 터져 나온 생명의 숨결, 혹은 존재의 울부짖음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가 "나는 여기 있다"고 외치는 듯한, 절박하면서도 숭고한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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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를 울리던 굉음이 점차 익숙해질 즈음, 비로소 시야가 트였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거대한 물줄기, 절벽을 따라 깊이 패인 땅의 선, 그리고 그 위를 덮은 흑과 백의 세계였다. 흰 눈과 검은 흙만으로 채워진 풍경. 색이 사라진 세계였지만, 그 첫인상은 이상하리만치 밝고 아름다웠다.


그 앞에 서 있는 나는 한없이 작게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득 차올랐다. 어떤 말도 필요 없고, 어떤 이유도 없어도 되는 감정. 그제야 문득, 그들이 왜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렸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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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굴포스 앞에서 알게 되었다. 도시의 목소리가 생생하고 분주한 산문이라면, 자연의 목소리는 여백과 울림이 있는 시(詩)와 같다는 것을. 도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들고, 자연은 그저 존재함으로써 말한다. 도시가 감각을 깨운다면, 자연은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바람이 말하고, 빛이 속삭이며, 물이 울부짖는 그 세계는 차가웠지만 따뜻했고, 낯설었지만 어쩐지 아주 오래된 고향 같았다.


굴포스의 심장박동은 그렇게 내 안에 깊이 새겨졌다. 화려한 색 하나 없이도 충만했던 그 흑백의 풍경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내 안에서 조용히 되살아나곤 한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확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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