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여행에서 살아남기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날까?
누군가는 <비포 선라이즈>처럼 우연한 만남과 로맨스를 꿈꾸고,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처럼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떠난다.
혹은 <라스트 홀리데이>처럼 그동안의 일상을 훌훌 내려놓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기 위해 길을 나설 수도 있다.
그렇게 여행의 시작에는 각자 나름의 꿈과 이유가 있지만, 떠나보면 절실히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여행이란 그저 낭만과 여유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낯선 곳에 발을 디딘 순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언어도 다르고, 길도 낯설다. 버스가 제때 오지 않아 비행기를 놓치게 되거나, 어두운 밤길이 무서워 숙소까지 전력질주 하는 등 시시때때로 예상치 못한 위기에 맞닥뜨리게 된다.
특히 20대가 넘어가면서 자유여행, 특히 혼자 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후로 여행도 하나의 생존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이에 여행을 다닐수록 공감하게 된 책이 있다. 바로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이다. 이 책은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진화적 비결을 '다정함'에서 찾는다.
타인과 맞서 싸워 이기는 물리적 강함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일종의 정신적 능력이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했다는 이야기다. 책의 끝에서 모든 주제를 관통하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여행에서 생존하는 비결도 결국 다정함이다. 내가 26개국을 즐겁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었던 건 나를 둘러싼 다정한 사람들 덕분이었다.
길을 헤매고 있을 때 기꺼이 방향을 알려주던 낯선 이들, 짧은 대화와 웃음으로 온정을 주고받던 여행객들, 예상치 못한 어려움 앞에서 내게 손을 내밀어 주던 은인들.
사소한 다정함은 거대한 힘을 갖고 있다. 누군가의 여정이 송두리째 바뀔 만큼 말이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여행하며 만난 다정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내 여행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슬로베니아의 10센트, 독일의 20센트. 도합 30센트에서 시작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