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고사성어

인두축명(人頭畜鳴)

by 김영수

사람 머리를 하고 짐승 소리를 내다.

인두축명(人頭畜鳴)


“기자는 힘과 용기가 있어야 하며 건강해야 한다.”(기자의 자세와 적성 3)


최근 유튜브 강성범 TV에 출연한 김갑수 문화평론가가 윤가를 두고 멧돼지 몸통에 쥐새끼 머리를 한 모습의 아주 못쓸 자라는 신랄하고 절묘한 풍자의 말을 하는 걸 들었다. 덩치는 멧돼지 같은 게 잔머리 굴리는 건 쥐새끼 같다는 뜻이었다. 이 말에 문득 ‘인두축명’이란 사자정어가 떠올랐다. ‘사람 머리를 하고 짐승 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먼저 이 성어의 출처와 내용을 한 번 보자.

역사가 사마천이 남긴 3천 년 통사 《사기》 후대의 판본에는 <진시황본기> 말미에 사마천보다 약 100년 뒤 역사가인 반고(班固)의 <진기론(秦紀論)>이란 문장이 들어가 있다. 이 문장은 진시황과 통일제국 진나라가 불과 15년 만에 망한 원인에 대한 반고의 진단이다. ‘인두축명’은 이 글에서 나온 성어이다. 반고는 간신 조고의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2세 호해가 이런 간신들과 함께 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사실을 두고 이렇게 비판했다.


“누군가 참으로 가슴 아프게 말한 것처럼 ‘사람의 머리를 가지고 짐승 소리를 내는’ 꼴이로구나!”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쁜 것을 분별하지도 못하면서 그저 소리만 질러대는 꼴을 비유한 성어다. 비슷한 뜻의 성어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속은 야수처럼 사납고 잔인하다’는 뜻의 ‘인면수심(人面獸心)’이 있다. ‘인면수심’의 출처는 《열자(列子)》 <황제(黃帝)> 편인데, 원문은 ‘금수지심(禽獸之心)’이다. ‘인면수심’이란 표현은 반고의 《한서》의 <흉노전>에 나온다. ‘이리의 심장에 개의 허파’라는 뜻의 ‘낭심구폐(狼心狗肺)’라는 노골적인 표현도 있다. 악랄하고 의리가 없는 자들을 비유한다. 출처는 명나라 때의 문학가 풍몽룡(馮夢龍)의 《성세항언(醒世恒言)》(권30)이다.


2024년 1월 2일 새해 벽두에 당시 제1 정당(야당)의 대표(이재명 현 대통령)에 대한 테러가 있었다. 20cm에 이르는 양날을 날카롭게 간 칼로 목을 찌르는 목숨을 노린 명백한 살해의도의 테러였다. 그런데 이 엄청난 사건에 우리 ‘언간(言奸)’과 ‘경간(警奸)’이 보인 첫 반응은 사건 축소였다. 자칫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었던 치명적인 상처를 가볍게 찢긴 ‘열상(裂傷)’이라고 떠들더니, 무기도 별 것 아닌 것처럼 왜곡해댔다. ‘경간’들은 사건 조사도 제대로 하지도 않고 ‘단독범행’을 흘렸다.

일부 몰지각(沒知覺, 무뇌)한 의사들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를 헬기로 운송한 것이 특혜라고 게거품을 물었다. 악질 유튜버를 비롯한 ‘민간(民奸)’들은 두 눈으로 보고도 무기가 칼이 아니라 젓가락이라고 태연히 거짓말을 일삼고, 심지어는 자작극이라며 게거품을 무슨 정신 나간 자들까지 나댔다. 반고의 말 그대로 ‘사람의 머리를 가지고 짐승 소리를 내는’ ‘인두축명’의 현상이 나라를 뒤덮고 있다.

어리석은 ‘민간’들은 자기편이 아니라고 무작정 증오하고, 권력(자)과 정권, 그리고 앞잡이 ‘검간’들은 이들을 정권수호에 이용하기 위해 이런 짓거리를 부추겼다. ‘언간’들도 ‘부화뇌동’하여 권력(자)가 미워하는 사람을 악마화하면서 권력(자)의 밑을 핥아댔다. 그 결과 자기편이 아닌 사람은 죽여도 괜찮다는 집단 히스테리가 널리 퍼졌고, 민심은 갈기갈기 찢겼다. 정말 많은 사람이 병 들었고, 지금도 병 들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간신현상’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다. 그 해악들 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사상의 타락’이고, 그 중 최악은 ‘사회 기풍의 타락’이다. ‘권간(權奸)’을 비롯하여 ‘검간(檢奸)’, ‘경간’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이고, ‘언간’은 그 나팔수 노릇을 기꺼이 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간신들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간신현상’의 종착점은 간신들이 바라는 자기들만의 세상이 아니라 ‘공멸(共滅)’이라는 것을. 이는 엄연한 역사의 법칙이다.(2024년 1월 7일 처음 쓰고, 2025년 12월 22일 보태다)


* 뱀의 다리: 이런 글을 쓸 때마다 드는 생각이 짐승이나 동물들에 대한 미안함이다. 특히 개, 돼지는 사람에게 둘도 없이 유익한 동물들이건만 늘 안 좋은 쪽으로만 인용된다.

인두축명.PNG

도면. 인공지능이 그린 두 장의 멧돼지 몸에 쥐새끼 머리를 한 모습이다. 어느 쪽에 가까울 지는 독자들께서 판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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