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고사성어:이단공단(以短攻短)

X묻은 개, 겨 묻은 개를 나무라다

by 김영수

X묻은 개, 겨 묻은 개를 나무라다

이단공단(以短攻短)


2026일 12월 18일 조국 혁신당의 조국 대표가 SNS를 통해 한X훈과 나X원을 겨냥하여 ‘이단공단(以短攻短)’과 ‘책인즉명(責人則明)’이란 다소 낯선 사자성어로 비판했다. 앞의 것은 ‘자신의 단점으로 타인의 단점을 공격한다’는 뜻이고, 뒤는 ‘남을 나무라는 것을 현명하다 여긴다’는 뜻이다. 조국 대표의 X묻은 이들에 대한 비판의 내용은 이랬다.


그런데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매우 간단한 것에 답하지 않거나 행하지 않는다. 두 사람 다 윤석열 검찰총장/대통령을 찬양했던 것을 사과하지 않는다. 나경원은 “통일교 천정궁 갔느냐”는 질문에 ‘간 적 없다’라고 말하지 않고 “더 말씀 안 드린다 했죠”라고 답한다. 한동훈은 채널A 사건의 비밀이 있는 자기의 휴대전화에 20여 자리 비밀번호를 걸고 풀지 않는다. 한동훈은 당원게시판에 익명으로 쓴 윤석열-김건희 비방 글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두고 격렬한 논란이 됨에도 ‘내 가족이 아니다’라고 답하지 못한다. 이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비방하는 데는 거품을 푼다.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이단공단”(以短攻短)’과 ‘책인즉명"(責人則明)’이다. ‘자기 잘못이 있는 자가 남 나무라기를 잘한다’, ‘남을 꾸짖는 데는 밝으나 자기 잘못은 덮는다.’


두 성어 모두 자신의 결점을 알면서도 남의 잘못을 탓하는 것을 뜻하는 사자성어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과 같은 의미이다. 즐겨 쓰는 ‘도적놈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과도 비슷한 성어이다.(‘적반하장’은 우리 속담 ‘도둑이 매를 든다’를 한문으로 바꾼 것이다.) 또 성경 마태복음 7장 3~5절의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와도 비슷한 뜻이라 하겠다. 조국 대표처럼 주로 정치나 사회 문제에서 자신의 잘못을 숨기고 남을 비난할 때 비유적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이단공단’은 출처가 없고, 《수호전》에 보이는 ‘이장공단(以長攻短)’을 한 글자 바꾸어 사용하는 우리식 성어로 정착한 것 같다. ‘내 장점으로 상대의 단점을 공격한다’는 뜻이고, 군사 방면의 책략으로 많이 언급된다. 《수호전》에 보면 잡은 물고기를 두고 이규와 장순이 다투는 장면이 있다. 이 때 장순은 물에 익숙하지 못한 이규의 약점을 이용하여 물속에서 그를 제압했고, 여기서 ‘이장공단’이란 표현이 나왔다.

‘책인즉명’은 ‘책인즉명(責人則明), 서기즉혼(恕己則昏)’이란 중국 격언에서 나왔다. ‘사람이 타인을 나무랄 때는 멀쩡한데 자신을 용서할 때는 어리석어진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남의 단점과 잘못을 비판할 때는 정확한 기준과 근거를 가지고 나무라면서, 자신의 잘못과 단점에 대해서는 비판하기보다 용서하는 어리석음을 보인다는 뜻이다. 타인을 평가하고 자아를 인식함에 있어서 나타나는 인성의 차이를 지적한다. 이 격언은 타인을 평판할 때는 비교적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과실에 대해서는 주관적 편견이 쉽게 발생하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인간관계에 있어어 이중적 기준이 널리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북송 때의 큰 정치가 범중엄(范仲淹, 989~1052)의 아들인 범순인(范純仁, 1027~1101)은 자제들에게 남긴 《계자제언(戒子弟言)》이란 글에서 “남을 나무라는 마음으로 나를 나무라고, 나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라고 했다. ‘책인즉명’은 매년 기존의 지식인들이 선정하는 뻔한 올해의 사자성어에 불만을 품은 눈 밝은 누리꾼들에 의해 2010년 그 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조국 대표의 말대로 자신의 단점(결점)은 아랑곳 않고 그저 남의 단점만 물어뜯는 ‘이단공단’하는 하이에나와 같은 자들로 넘쳐난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잘못은 덮고 모른 체하면서 남의 잘못은 기를 쓰고 공격하는 ‘책인즉명, 서기즉혼’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적반하장’하는 파렴치한 자들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집단지성의 시대다. 이런 자들의 민낯이 단 몇 분이면 환히 드러나는 세상이다. 다 자업자득(自業自得)하여 ‘자멸(自滅)’할 것이다.

이단공단(범순인).png

도면. 마치 지금 우리 사회의 못된 현상을 지적하듯 “남을 나무라는 마음으로 나를 나무라고, 나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는 명언을 남긴 범순인의 초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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